<테마특강> 성공적인 제품 디자인 개발을 위한 7대 가이드라인

은병수 (주)212 사장

82년 서울대 응용미술과 졸업

89년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산업디자인 석사

89년∼ 제품디자인 전문법인 (주)212 대표이사, 한국산업디자인전문회사협회 회장,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심사위원, 통상산업부장관 기술정책 자문위원(디자인 분야), 산업자원부 기술개발기획평가단 위원, 2000년 기술기반조성사업 평가위원

최근 기업간 기술격차가 줄어들면서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최우선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이다.

제품 디자인이란 어떤 상품을 만들고자 할 때 기술과 구조, 외관 등을 적절히 계획하고 설계해 제품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고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함으로써 사용자에게는 만족을 주고 기업에게는 한차원 높은 부가가치를 주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기업은 저마다 제품 디자인 부문을 강화해 성공적인 제품을 개발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 디자인이 잘됐다고 해서 모든 제품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이 적절히 받쳐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잘된 디자인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반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성공적인 제품 디자인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기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제품개발경험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들은 제품개발시 의욕만 앞섬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필히 고려해야 한다.

◇명확한 제품기획=제품개발의 첫 단계며 시작은 어떠한 제품을 만들 것인가 하는 기획단계다. 기업이 출시하는 제품의 유형은 기존에 생산해오던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주력군과 새로운 기술이나 기능을 접목해 전략적으로 출시하고자 하는 전략군, 그리고 주요 매출종목은 아니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말하는 구색군 등 크게 3가지 제품군으로 구성돼 있다.

새롭게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이 자사의 제품군 중 어떻게 포지셔닝돼야 하는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개발과정에서 디자인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전체 투자비의 비중을 결정, 향후 영업방향을 제시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제품개발의 목적, 주요 기능과 부기능, 목표 시장, 목표 소비자(사용자), 목표 가격대, 예상 판매수량 등 소프트웨어적 요소의 명확한 결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결정과정에서는 사내의 상품기획부서와 경영진의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의 조사기관과 디자인 컨설팅 회사의 참여아래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안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최적의 개발팀 구성=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생산에 이르는 전과정을 전담할 전담요원(프로젝트 코디네이터)과 각 과정에서 참여하는 참여인원 등의 팀구성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업이 회사내 각 부서 인원으로 팀을 구성하고 모든 과정에서의 자체조직을 가지고 있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조사, 디자인, 금형설계 등에서는 외부기관과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한다. 이렇게 팀을 구성할 때 목표달성을 위해 어떻게 최적의 사람과 시스템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먼저 프로젝트를 전담하면서 회사내부의 업무와 참여인원과의 조정 등을 하고 외부기관 활용시 외부기관과의 업무체계를 유지하는 창구가 될 코디네이터를 결정해야 한다.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디자인 및 양산개발 과정 등 전 과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자가 적임이다. 또한 각 담당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조정(경우에 따라서는 중재)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성향을 보유하고 있다면 더욱 적임일 것이다.

다음은 디자인팀의 구성이다. 간단한 제품일 경우에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통상 2, 3명이 팀을 이뤄 진행하게 된다. 이는 제품디자인을 진행할 때 너무 한 사람의 주관과 감성에만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이고 소비자 지향적인 디자인을 얻고자 함이다.

◇현명한 아웃소싱=어떤 분야든지 최고의 성과를 효율적으로 얻기 위해 외부의 전문가 집단이나 협력회사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디자인 분야 또한 일찍부터 아웃소싱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디자인 선도기업인 애플, 모토로라 등 대다수 구미의 다국적 기업들이 20여년 전부터 소규모의 인하우스 디자인팀과 디자인 아웃소싱을 통해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디자인이라 자타가 인정하는 뱅앤울룹센의 제품도 아웃소싱을 통한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에 의해 탄생되고 있다. 이와 같이 디자인 아웃소싱은 해당 제품의 성공적인 디자인을 위해 이뤄지고 기업에서는 현명하게 판단해 협력팀을 선정해야만 한다.

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디자인 전문회사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국내에서도 80년대 말 최초로 디자인 전문회사가 생긴 이래 현재는 약 100여 컨설팅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 중에는 성공사례가 많은 우수한 실적을 가지고 있는 회사도 있으며 실적이 미약한 갓 태어난 신생회사도 있다. 전반적으로 창의력이 뛰어난 회사가 있는 반면에 한 분야에서만 오랫동안 활동해 해당 분야에서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가진 회사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협력할 디자인 회사를 찾느냐 하는 것은 제품 하나 하나에 사활이 걸린 중소기업으로서는 더욱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합리적인 프로세스=신제품 출시를 위해서는 최초 기획에서 양산까지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일정을 정해야 한다. 초기의 시장조사를 포함한 제품기획 단계, 디자인 단계, 양산설계 단계, 시제품 단계, 양산개시와 같은 프로세스로 이뤄지는데 각 단계마다 출시 일정을 감안해 적절한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흔히 제품 성수기에 맞춰 출시일정을 정해 놓고 역으로 산정하면 된다는 식으로 작업을 해나가게 된다. 또한 지나친 조사, 긴 결정과정 등 초기단계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정작 중요한 실질적 개발 단계에서는 허둥대며 대충의 결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고 빈틈없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장조사와 그에 따른 현실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개발목적이 타당성을 가져야 하고 소비자, 지역, 가격대 등의 타깃요소가 분명해야 한다.

디자인의 프로세스는 정석대로 밟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시간은 제조회사에게 있어 비용보다 더 중요하다. 열이면 열 가장 빠른 시간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디자인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인 셈이다.

◇최상의 디자인 결정=아무리 좋은 구성원으로 합리적인 과정을 거쳤다 할지라도 최종적인 디자인이 적합하게 결정되지 못했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정이 바로 이 디자인 결정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제품 디자인을 진행할 때 2, 3회 정도 디자인을 결정해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여러 가지 디자인 콘셉트를 표현한 스케치 중에서 2, 3개의 후보작을 결정하게 되고 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 최종 결과물에 근접한 정밀한 그림과 간이 입체모형으로 발전시킨 후, 후보안 1안을 결정하게 된다. 이를 다시 정밀한 입체모형을 만들어 최종 품평회를 통해 디자인을 확정하게 된다.

이러한 결정과정에서 경영진을 포함한 개발팀 담당 전원이 참석, 의견개진을 하게 되는데 가장 적합한 방법은 영업, 생산 등 각 분야를 고려해 충분한 토론을 거친 후 결정하는 것이다. 만약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는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사실 등으로 쟁점을 나눠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고 디자인에 관한 최종결정에서는 참여한 전문 디자인회사의 디자이너 의견을 참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 계층에 따라 동일한 감성을 지닌 계층의 의견을 참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효율적인 개발비 컨트롤=제품 디자인에 앞서 우선 간단하게나마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 리서치회사를 통해서 상담을 받고 기본적인 시장상황과 예측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자료를 토대로 제품에 대한 확신은 물론 방향을 얻어야 한다. 조사와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제품의 디자인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제품이름을 짓는 네이밍, 브랜드 디자인, 제품 디자인, 그리고 포장 디자인 항목이 있으며 이들 각각의 항목들을 진행하는 전문회사들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진행할 수 있는 개발팀이 구성돼 있을 경우는 각각의 전문회사들에게 견적을 의뢰해서 가장 적정한 회사들과 따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나 일부를 묶어서 한 부분의 회사에게 턴키로 견적을 의뢰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저렴할 수도 있다. 30대 대기업 및 계열회사가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는 디자인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이 실시하는 디자인혁신지원사업이 그것으로 제품항목이 사업의 목적에 부합할 경우 디자인비용의 50% 정도를 최고 3000만원까지 무상으로 지원받는 제도다.

◇지속적인 사후관리(Follow-up)=디자인이 완료된 후 제품개발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금형설계, 사출, 후가공, 조립, 출시에 이르는 후속작업에 지속적인 지원과 감리가 이뤄져야 한다.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까지는 과정 과정마다 돌출되는 변수가 많다. 예정된 부품수급이 어려워져 갑자기 일부사양을 바꿔야 한다든가 결정된 색상이 원하던 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바로 이러한 경우가 우수하고 완벽한 디자인을 개발하고서도 출시된 최종제품이 유치하게 보인다든가 무언가 모자라는 듯한 미완성의 제품이 되게 하는 것이다. 선진국 제품과 우리 기업제품의 수준차이는 상당 부분 이 과정에서 임의로 디자인이 변경되고 끝마무리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 내 개발팀의 코디네이터는 제품출시까지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담당했던 디자인팀이 지원, 감리업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더불어 마케팅 측면에서 출시 후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그 결과를 2차 제품준비에서 피드백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