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렘 플루서 저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글쓰기에 미래는 있는가」 중
『…때문에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적어도 두 가지 점이 이와 같은 사고의 재학습에 특징적이다. 먼저 우리는 영상들만을 생각하고 영상 이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각들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그것이 외면적이든 내면적이든 간에-두뇌속에서 계산된 형상들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로 사유는 결코 연속적인 담론적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사유는 「양자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서양 문화를 특징지어온 사유관과는 정반대되는 관점이다. 우리에게서 사유란 진보적인 과정이었으며(아직도 그러하다), 그 과정은 형상 및 표상들로부터 분리돼 왔고, 이것은 글을 점점 더 개념화하기 위해서 비판해온 과정들이다. 이와 같은 사유관에 따라 알파벳이 형성됐고, 이 알파벳으로부터 (피드백적으로 다시) 이러한 사유관이 형성됐다. 사유에 대한 이와 같은 새로운 관점으로부터 디지털 코드들이 생성되는데, 피드백을 도움으로써 우리가 이러한 코드들을 점점 더 많이 이용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분명하게 양자적으로 그리고 영상과 결부된 채 사고할 것이다.』
메모:여기서 「우리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남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림문자에서 알파벳으로 이행해 온 것처럼) 과거 천년 이상 사용해온 자음·모음으로 이루어진 알파벳적 계몽적 사고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점단위를 분석하고 조합하는 컴퓨팅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역사적이 아니라 탈 역사적이며, 가치평가적이 아니라 의미부여적이고, 정치적이 아니라 유희적인 의식으로의 전환적 사고라는 것이다.
<고은미기자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