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남쪽으로 두시간. 우리나라 과학기술심장부인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새 천년들어 중부지역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다.
대덕밸리.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벤처열풍이 북으로는 청주를 지나 천안까지, 남으로는 대전광역시 전역으로 불어 닥치면서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구중심지인 대덕연구단지가 우리나라 정보통신은 물론 차세대를 책임질 생명공학분야까지 그간 축적한 내부에너지를 폭발시키면서 엄청난 포텐셜 에너지를 갖고 벤처코리아를 강타해 나가고 있다.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뒷심없이 무너지는 서울밸리를 제치고 한국의 대표벤처밸리로 용솟음치고 있는 대덕밸리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 해답은 우리나라 연구개발투자의 70% 이상이 집중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에서부터 출발한다.
일본 쓰쿠바 연구학원단지를 모델로 총 면적 834만평에 지난 73년 조성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3조9741억원(민간투자 1조6000억원)이 투입된 대덕연구단지는 현재 전자통신연·생명연 등 정부출연연 17개, 정부투자기관 8개, 삼성·LG·쌍용·한화·데이콤 등 민간기업중앙연구소만 29개, KAIST 등 고등교육기관 4개, 공공기관 8개 등 66개 기관에서 모두 1만5000여명의 연구인력이 활동하는 그야말로 연구개발의 요람이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연구인력 중 박사급 고급 과학기술 인력이 우리나라 박사급 연구원 4만1000여명의 10%선인 4100여명이 이곳에 포진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대덕밸리엔 흔한 게 박사다.
이같은 막강한 인적 인프라를 배경으로 대덕밸리에는 「잠자고 일어나면」 생겨나는 벤처기업들로 시끄럽다.
중기청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전국 6004개 벤처인증을 받은 벤처기업을 기준으로 16% 이상이 이 지역에 몰려 있으며 지난 한달동안 벤처기업 등록 증가율이 15%로 전국 최고를 나타내고 있다.
가히 벤처한국의 대표적인 벤처밸리라 할 만하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은 다른 곳의 벤처기업과는 달리 첨단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기술연구소 자체가 창업기업이 되고 시드형 기업이 대부분이며 자본집약적인 기업보다는 기술력을 우선시하는 기술집약적 기능의 특성을 갖고 있다.
또 바이오, 에너지, 반도체 등 하드웨어 중심의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등 다양한 첨단분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막강한 내부 포텐셜을 가진 대덕연구단지를 모태로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의 훈풍을 타고 산학연이 하나가 된 대규모 연구벤처기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연구중심에서 벤처기업의 창업보육사업이 본격화되고 있고 대기업 중심의 민간기업연구소 중심에서 중소·벤처기업 연구소의 집적화가 이루어져 있는 등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한 대학들이 경쟁력있는 연구기반을 구축하고 탁월한 연구기능을 갖고 창업보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교육과 연구, 산업화의 연계모델을 구축하려는 대덕밸리인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규모 연구원 퇴출 등 IMF 한파로 큰 위기를 넘겼던 대덕밸리가 생존을 위한 새로운 기회창출, 다시 말해 「구결과의 벤처기업화」라는 새로운 기술경제적 패러다임을 내포하고 있어 그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대덕밸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우리나라의 중심부에 위치해 국토 균형발전을 이끈다는 원론적인 것 외에도 출연연, 민간연구소 및 정부투자기관 등이 밀집돼 국가차원의 「연구개발네트워크」 구축이 쉬워 밀집된 고급 과학기술 두뇌들을 중심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으로 축적된 연구개발결과를 곧바로 실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벤처밸리로의 초고속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즉 정부출연연이 국가전략연구과제를 중점 수행하고 막강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기술력있는 벤처창업이 가능하며 기업연구소 역시 산학연 공동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분사형태의 벤처창업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가능할 정도로 유연성을 갖고 있다.
특히 대덕밸리내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과학기술 인력양성기관인 KAIST를 비롯, 15개에 이르는 대학이 있어 자체적인 전문고급인력을 양성해 낼 수 있는 태생적인 장점도 갖고 있다.
여기에 대전 첨단산업과학단지를 비롯해 충북권의 오창과학산업단지, 충남권의 천안과학산업단지 등 대덕밸리내 과학산업단지네트워크가 훌륭하게 구축되어 있다.
더욱이 기술혁신을 지향하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대덕밸리의 변모는 때를 잘 만났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수요지향적인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벤처기업의 창출 등 연구결과의 산업화가 새 정부들어 국가정책과제로 등장하고 있고 지식기반 사회에서 국부의 원천인 지식과 정보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그동안 국가연구개발 본산지로 역할이 서서히 힘을 발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연구중심에서 생산기능을 추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벤처기업의 창업·보육을 추진하면서 첨단 벤처밸리로의 전환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는 대덕밸리의 육성과 관련된 정부와 지자체, 대덕밸리 사람들의 고민과 의지가 내포되어 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대덕밸리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대덕밸리의 벤처창업기업은 물론 국내외 우수벤처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임대벤처빌딩, 임대공장 및 부지 등 각종 인프라 구축과 외국인 투자자유지역에 준하는 금융·세제상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국내외 우수인력을 꾸준히 유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하나는 복합단지를 지향하는 대덕밸리의 정보를 총괄할 수 있는 종합전문시스템 구축이다.
중장기적으로 1000만평의 부지에 약 10만명의 인력이 연구·창업, 창업보육, 생산 및 각종 지원활동에 종사하게 될 것으로 추산되는 대덕밸리의 거대한 복합기능을 뒷받침할 종합기획관리 및 서비스시스템의 확충은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할 숙제다.
여기에는 밸리내 종합과학도서관과 정보통신네트워크 구축, 공동연구시설, 국제컨벤션센터, 외국인 안내센터, 세관, 수출입지원 시설, 문화·체육시설 및 복지시설 등을 전담할 전문기능과 종합정보 및 행정네트워크가 포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대덕밸리 사람들은 이를 위해 대덕밸리를 산업과학특구로 지정해 국내외 벤처기업을 유치하고 각종 연구개발과 산업생산연계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력을 가진 전문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