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1회>"포스트 TBI" 빌딩이 솟는다

대덕밸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근 보육과정을 거친 벤처기업이 본격적으로 웅지를 펼 수 있는 포스트TBI(성장지원센터)설립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덕밸리 벤처업계에서는 포스트TBI 설립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올 연말부터 배출되는 창업보육센터 졸업 벤처만 100여개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 업체에 대한 사후관리 문제는 대덕밸리 벤처업계에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정도였다.

자칫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영세 벤처업체가 한꺼번에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던 상황에서 민간업체와 일부 정부출연연의 잇따른 포스트TBI 설립 소식은 「오랜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으로 많은 벤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벤처빌딩 설립 소식이 처음 전해진 것은 지난 5월 초.

충남지역 건설업체인 덕청종합건설이 민간사업자로는 처음으로 대전시로부터 벤처기업집적시설 지정을 승인받아 포스트TBI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부터다.

대전시 서구 만년동에 들어서게 될 덕청벤처타운은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면적 1419평에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가 될 덕청벤처타운은 인근에 정부 대전청사와 대덕연구단지가 밀집해 입지여건이 비교적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덕청종합건설은 벤처타운에 초고속 광케이블망을 설치하는 한편 회계사 및 변호사, 벤처캐피털, 컨설팅업체 등을 입주시켜 명실상부한 원스톱 벤처빌딩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덕연구단지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추진중인 하이테크센터는 정부출연연에서 처음 시도하는 포스트TBI로 의미가 매우 크다.

KAIST와 함께 가장 많은 벤처를 보육하고 있는 ETRI로서는 사실상 올 연말부터 본격화할 창업보육센터 졸업 업체들에 대해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벤처업체들쪽에서도 『어느 정도 성장단계에 와 있는 시점에서 보육기간이 다 됐다는 이유로 우리를 거리로 내몬다면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시들지 않겠느냐』며 포스트TBI 설립을 강력히 주장해 온 터였다.

이에 따라 ETRI는 현재 창업보육센터와 연계해 벤처창업에서부터 성장육성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 벤처육성 전문기관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대덕연구단지를 거점으로 창업보육센터에서 졸업한 업체들의 수도권 이전 현상을 막고 우수제품 개발 능력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ETRI에서 구상중인 하이테크센터는 연면적 8000평에 5층의 최첨단 건물로 벤처캐피털회사 및 회계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경영지원실을 별도로 설치, 입주업체들의 자금지원에서부터 경영·마케팅까지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국제 영상 통신망과 종합 전시실을 하이테크센터에 설치하는 한편 ETRI에서 개발한 정보통신종합지도망인 ICAN을 설치, 업체들간 전자상거래는 물론 사이버 홍보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두산건설과 테크밴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놓은 벤처타워는 규모와 시설에서 다른 포스트TBI와 확연히 구분된다.

연면적 1만2000평 규모의 초대형 건물로서 지상 22층, 지하 6층으로 지어질 두산테크밴 벤처타워는 법률, 특허, 회계 관련회사는 물론 투자회사 및 금융사, 무역회사, 외국 펀드사 등을 유치해 입주업체들에 단순한 입주공간 부여 외에 자금 및 경영·마케팅 등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입주업체들간 기술 융합을 도모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윈윈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중도석유에서 운영중인 「중도벤처타운」은 기존의 건물을 활용해 포스트TBI로 전환한 사례로 현재 일부 업체들이 입주한 상태다.

대전시가 올 11월 완공을 목표로 대전시 제4산업단지에 건립중인 벤처타운 장영실관도 보육기관에서 졸업한 2, 3년차 업체를 대상으로 성장을 촉진시키는 포스트TBI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대덕밸리 성장의 축을 이루는 대덕연구단지를 거점으로 포스트TBI 설립 계획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이미 청사진을 제시한 기관 및 업체에서조차도 건물 설립에 따른 막대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입주 예상업체와 의견 차이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고에 장고를 거듭해 계획을 발표했던 ETRI는 입주업체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근 포스트TBI 건립 계획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청건설에서 추진중인 벤처타워도 대전시가 벤처기업 집적시설 승인 당시 덕청에서 당초 제시한 계획안대로 건립하는 것을 전제로 해 건물 완공 성사 여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벤처업체에서 희망하는 낮은 건물 임대료도 민간업체의 포스트TBI 건립을 주저케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두산테크밴의 경우 국내 최대 규모의 벤처타워를 건립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상 벤처업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에 들어간 결과 당초 예상보다 업체와의 조율이 쉽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실질적으로 진정한 의미의 포스트TBI 탄생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모 벤처기업 관계자는 『올 연말부터 각 창업보육센터에서 쏟아져 나올 벤처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며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포스트TBI를 설립해 아직 둥지를 틀지 못하고 있는 영세 벤처업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