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1회>"미래"가 흐르는 "벤처계곡"

대덕밸리는 다른 여타 벤처집단촌과 다르다. 보통의 벤처집단촌과는 구조와 성격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덕밸리의 위상, 앞으로의 발전과정도 다른 밸리지역과 다를 것이 분명하다.

대덕밸리에는 중소기업청, 특허청, 조달청 등 정부기관과 총리실, 과기부, 정통부 산하의 출연연구기관, 대학, 벤처기업, 벤처지원기관 등이 모여 있다. 벤처기업과 자금이 모인 기존 벤처인프라와는 구성요건부터 다르다.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출연연과 이를 산업화시키는 벤처기업, 벤처정책을 만드는 중기청과 특허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특허청, 인력양성기관으로서 KAIST와 충남대,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 등. 매우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대덕밸리를 만들고 있다.

벤처창업을 돕는 창업보육센터도 대학, 지자체, 출연연 등 20여개가 넘는다. 그야말로 벤처왕국이다. 이곳에 600여개의 벤처기업이 존재한다. 일주일에도 10여개의 벤처기업이 생겨나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이들 신생기업은 대부분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산업화 관련 기술을 개발하던 멤버들이다. 한마디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대덕밸리를 꼽을 데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벤처밸리로 업무분장이 잘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덕밸리에서 대학과 출연연은 벤처기업을 배출하는 산실이 된다. KAIST와 정보통신대학원대학, 충남대는 연구개발에 참여해 본 경험있는 벤처기업가를 만들어 낸다. 이들은 민간기업, 출연연의 연구원 생활을 하거나 졸업과 동시에 벤처창업을 감행한다. 출연연도 잠재적인 벤처기업가 군이다.

연구실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한 연구원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벤처창업을 시도한다. 특히 이들 연구원 출신 벤처기업가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성공을 예감한다.

또 하나는 벤처지원조직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대덕연구단지의 정부출연연에는 벤처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 연구개발을 하다 막히는 기술을 논스톱으로 해결해 줄 만큼 기술력 중심의 기업에 둘도 없는 존재다.

대부분의 출연연들은 해당기업의 애로기술에 대한 자문 및 연구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직체계를 운영중이다.

연구소마다 벤처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특이할 만한다. 이들 조직에서는 해당 분야별로 전문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긴밀한 산연 공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 대전시, 특허청, 중소기업청, 조달청 등 벤처관련 정책을 관장하는 정부부처, 지자체의 밸리 육성방안도 주목할 만하다.

◇역할분담을 통한 기술 벤처밸리로

대덕연구단지의 미래는 벤처밸리로의 역할이 강조된다. 대덕밸리의 캐릭터는 출연연, 정부, 벤처기업, 대학 등 벤처육성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곳에서 벤처창업에서 성장까지 갖춘 유일한 조직이 대덕밸리의 장점이다.

그러면 미래 대덕밸리의 모습은 어떨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다시 대덕밸리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대덕밸리는 정보통신과 생명, 환경, 에너지, 메카트로닉스 및 시스템, 재료 및 공정 산업이 미래 유망 분야의 기술적 분업이 잘 돼 있다.

과학기술 전반에 걸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KAIST, 전기전자 부문의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전자통신연구원을 비롯해 항공우주연구소, 기계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 등 정부의 국책개발을 전담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바로 이런 전문성에서 오는 기술력은 대덕밸리의 원동력이다.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세계적인 연구동향에 매우 민감하다. 이 때문에 주변 밸리 구성원들은 다른 곳에 비해 첨단기술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또 출연연은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그간 연구된 내용을 저가에 판매하고 있어 이를 이용할 경우 좋은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대덕밸리에서 출연연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출연연은 오늘날의 대덕밸리를 만들어 낸 구심점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정부출연연의 자리매김이 시급하다. 출연연은 우선 해당 전문 분야의 산업화가 가능한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물론 물리학, 수학 등 오랜 기간 이론을 규명해야 하는 기초학문은 다르겠지만 다른 실용화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는 실제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현장감 있는 기술 개발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출연연마다 1연구원 1사제도를 운영하면서 벤처지원에 나서고 있기는 하나 형식에 그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개발은 대덕밸리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며 거꾸로 출연연의 자금경색을 가져온다. 따라서 출연연은 책상 안의 연구에서 벗어나 시장 속에서 연구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자금지원이 현저하게 격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출연연의 과감한 변신이 요구된다.

둘째는 대덕밸리 소재 기업과 출연연의 연계 강화다. 출연연과 기업은 대덕밸리를 진화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출연연과 기업은 서로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공생관계에 놓인 조직들이다. 기업은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을 상품화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출연연에 다시 투자하는 순환사이클의 한 축이다.

창업보육센터 입주, 과제 수탁 관계에서부터 기술지원, 각 사안별 애로기술 해결 등 보다 다양한 형태의 업무 협조가 가능하다.

셋째는 대덕밸리에서 나온 상품판매 시장 개척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소모성 자금을 지원하기보다는 만들어 놓은 제품을 구매할 곳을 찾아주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대전정부청사에 입주한 조달청 등에서 벤처물품을 구매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정부가 보유한 벤처지원자금 중 일부를 이용해 정부가 제품을 구매해주는 데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