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은 벤처의 꽃
<주요약력>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공대, 미 텍사스 A&M대 석·박사 △공군사관학교 전자공학과 주임교수 △국방과학연구소장 △한국전기통신공사 제2부사장 △과학기술처 차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과학기술부 장관(현)
벤처기업의 생명은 독창성에 있다.
그 독창성을 살리는 데는 대덕연구단지만큼 좋은 곳이 없다.
70년대 초부터 정부주도로 조성된 대덕연구단지는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하고 선진국 수준의 산·학·연 협동을 하기 위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연구학원도시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고등교육을 혁신하는 데 크게 공헌해 온 대덕연구단지가 벤처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교육기관·연구기관·벤처기업간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인력·시설·정보 공유를 통해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새마당 펼쳐
정부는 지난 99년초 대덕연구단지 활성화 종합대책 수립, 관련 법령 보완, 기반시설 확충에 착수했다.
대덕단지는 앞으로 지식기반 국가 실현을 위한 첨단 지식산업기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단지 모델이 돼 국부창출에 기여하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대덕단지는 또 정부출연연과 교육기관의 벤처보육기능을 확장, 정보통신·생명공학과 같은 분야의 첨단 벤처보육 업체를 유치함으로써 지난 98년말 140개이던 업체수가 올 5월에는 300여개로 증가했다.
과학기술부는 세기가 바뀌는 지난 12월말 「대덕연구단지관리법」을 개정하고, 벤처기업도 생산시설을 갖춰 입주할 수 있도록 대덕연구단지토지이용계획을 수정·보완했다.
이로써 대덕단지는 연구소·대학·기업이 상품 및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됐다. 대덕단지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토지의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토지활용방안을 구상하고, 이미 개발된 토지 중 미활용 부지를 3개 벤처협동화단지에 3만4200평, 대덕바이오커뮤니티에 3만2000평씩 배정했다.
그리고 지난 4월 대덕단지는 「정보통신 서비스특구」로 지정돼 정보통신 환경이 개선됐다. 지난 6월까지 벤처협동화단지에 광통신망을 구축하고, 2001년 6월까지 단지내 전기관에 광통신망을 구축하게 되면 대덕단지에는 국내 최고의 정보통신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그동안 거리감이 있어왔던 불편이 사라지게 됐다.
이렇듯 정부는 대덕연구단지가 역동적인 산·학·연 협동연구단지로 탈바꿈하도록 가용 정책수단을 동원해 대덕단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대덕단지의 발전은 지역 경제사회를 개발하는 상승효과를 기대해도 좋다.
정부가 나서 대덕단지에 새로 마당을 닦아놓은 셈이다.
이제 그 위에서 뛰어다닐 챔피언을 발탁하고 게임에 적용할 경기의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된 과학기술자로서 교수·연구원·대학원생이 벤처기업을 일으키거나 지원하면서 독창적 과학기술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벤처기업은 독창성이 생명
벤처기업(venture business)이란 무엇인가.
벤처기업은 소기업으로서 「고도의 전문성과 왕성한 독창성을 갖춘 지식집약형」과 「연구개발·디자인개발형」이 있다.
벤처기업의 특성은 철저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된 경영자가 모험 도전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구성원 대부분이 고학력·전문지식인이라는 점이며 대기업으로부터 신설 자회사 주배분 형태로 이업종 또는 대학·연구기관간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벤처기업은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성패는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 기술이나 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능력, 자본의 투명성 등에 달려있다.
한국사람은 벤처기업에 필수적인 독창성을 갖고 있는가.
사람들은 벤처기업이 융성하고 있는 것은 한국사람의 체질이 벤처기업의 역동적인 활동과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라밖 사람들은 한국사람은 독창성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지만 내세울 만한 과학기술이 없어 참고 듣는 수밖에 없다.
사실 그동안 우리의 공업수준은 높아졌지만 독창적 과학기술은 모두 외국에서 싹이 튼 것들이다.
독창적 과학기술은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이 발견·발명해 온 업적을 보면 우리가 이대로 독창기술의 발상지가 되기는 어렵다.
한국인이 독창성이 낮은 것은 교육환경 때문이라고 탓하는 사람이 있다.
어릴 때부터 풀 수 있는 문제만 다루고, 암기위주로 공부를 하며, 입시경쟁의 챔피언만이 대학에 들어가 학사일정만 채우면 졸업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학의 교육 및 연구환경을 보면 독창성 자체를 발휘한 실적도 없이 고등학위를 받게 된다.
그렇다고 독창성이 낮은 책임을 대학에 돌린다면 그들은 억울하다고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독창성 높이는 비결은 지식
독창성을 높이는 비결은 무엇인가.
과학기술에서 독창성이 탄생하는 기반은 첫째는 지식이며 둘째도 지식이다.
무지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무지한 사람은 의문이 생기지 않으며, 지식이 있을수록 매사에 관심을 갖고, 모순을 찾아내어 독창적 과학기술을 발견하고 발명한다.
지식인은 곤경에 빠져 머리를 쓰다보면 새로운 지식이 샘솟는다. 이런 지식은 그 사람만이 체험한 암묵적 지식이기 때문에 독창성을 갖고 있다.
사실, 우리 대학의 교육수준이 높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교과서 지식밖에 없는 사람을 양산해 독창성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굳이 우리의 독창성이라고 한다면 외국의 문물을 들여와 개량하여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된 것이 대부분이다.
옛날엔 주로 중국의 문물을 그렇게 했고 광복 후에는 미국이나 일본의 과학기술을 소화하는 데 노력을 많이 했다.
최근엔 일부 기술분야에선 자립할 정도로 발전해 과학의 수준만 높아지면 우리에게도 독창적 과학기술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경제환경이 과학기술 독창성을 살려줘야 한 국가의 경제체제는 독창성의 싹을 틔우기도 하고 마르게 하기도 한다.
독창성이 생명인 벤처기업은 주식공개 규제와 같은 경제체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됐다.
벤처기업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득은 주식공개시의 자본이득이다.
수년 내에 찾아올지 모르는 이 기회를 노리고, 많은 자본이 모이는 벤처기업을 국가마다 육성하고 있다.
벤처기업가에게 투자하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며 확률은 낮지만 이득은 막대하다.
결과적으로 투자가에게는 득이 되기 때문에 벤처자금이 모여드는 것이다.
주식공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경제도 안정됐으니 벤처기업인 한사람 한사람을 믿고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각자의 활력을 살릴 수 있는 체제로 가야 되지 않는가 하는 목소리다.
조금씩은 풀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독창적 과학기술을 개발할 의욕을 상실하고 체념해 버린다. 독창성이 낮음을 교육의 탓이라고 돌려놓고, 교육개혁만을 시도하기보다 주식공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벤처기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국가의 독창성을 제고하는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자가를 보호하는 차원이라면 벤처기업의 주식공개는 창업 후 10 년쯤에나 가능하고, 흑자경영을 몇 년이나 계속해야 하는 등 규제가 있어야 투자가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벤쳐기업의 창업이나 육성을 위축시킨다.
교수·연구원·대학원생들이 교육이나 연구를 하다가 독창적 과학기술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을 밑천삼아 벤처기업을 창업해 사장이 될 수도 있다.
대덕연구단지는 예비억만장자의 천국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기업에 근무하는 엔지니어 중에 많은 사람들이 항상 벤처기업을 창업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대덕단지의 과학기술자들이 모험·도전적 사고와 행동을 하게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우리 주변의 평범하게 보이던 사람이 사장이 되고 거부(巨富)가 됐다면 어떻게 될까.
어릴 때부터 이런 일을 보고 듣고 자란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무엇인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 성공을 꿈꾸는 사람의 수가 틀림없이 많아져 독창적 과학기술이 우리나라의 격을 높일 것이다.
대학·연구소·기업에서 책상을 나란히 놓고 일하던 동료중에 벤처기업가로 성공해 거부로 나타나게 된다면, 충격을 받고 마음이 흔들려 자신을 처량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괴로운 일이다.
독창적 아이디어를 자본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해 성공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 또한 노력하고 있다.
독창성은 벤처기업을 창업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나라에서나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독창성을 제고하려면 기존의 경제체제를 혁신해야 된다는 사람도 있다.
한국의 벤처기업은 생각보다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소식이다.
특출한 의견이나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 따돌림을 받는 사회풍토는 오히려 벤처기업이 없기 때문에 생긴 풍토인지 모른다. 벤처기업이 많은 사회가 되면 독창성의 발목을 잡는 일도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요리·오락·스포츠 분야에서는 규제가 별로 없어서인지 스타(독창성이 있는 사람)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인간은 주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독창성이 있는 학생·교수·연구원은 주변에서 특이한 사람처럼 기피할 것이 아니라 활개치고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 중에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과학기술자가 탄생할 것이고 이런 사람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한다면 독창적 상품·서비스·문화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사회, 혁신을 두려워하는 사회, 개혁을 발목잡는 사회에서 독창성은 자라기 힘들다.
과학기술과 관계가 없을 것같은 정치체제나 경제체제가 독창성을 말살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것을 규제하여 자유로운 발상이나 경쟁을 허용하지 않는다. 벤처기업도 할 수 없고, 독창적 상품 및 서비스의 개발은 거의 할 수 없다. 사회주의 체제는 개인의 욕구를 억압하고, 인간의 활력을 소진시킨다.
벤처시대는 청부낙생(淸富樂生)하는 것
세상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벤처시대가 되어서 그런지 과학기술자들도 물질적 욕망을 숨기지 않고, 청빈낙도(淸貧樂道)보다 청부낙생(淸富樂生)에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과학기술자의 발견이나 발명의 동기가 돈벌이나 명성인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자연의 인과율(因果律)을 해명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외로운 과학기술자의 길을 가고 있는 또다른 대덕밸리 연구원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