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의 정년하향조정과 관련, 그동안 원로급 연구원들의 자진퇴진을 요구해 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박호군)이 법원의 정년단축효력정지 가처분조치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정년규정을 적용, 박사급 책임연구원들을 강제로 퇴직시켜 끝내 법정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KIST 이윤용 박사(63) 등 책임연구원 2명은 최근 KIST측이 지난해 12월말 서울지법의 정년단축효력정지 가처분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된 정년규정을 적용, 지난달 30일자로 만 61세가 넘은 책임연구원 4명에 대해 강제퇴직시켰다며 KIST측을 상대로 서울지법에 직원직위보전가처분신청과 함께 해고처분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연구원은 KIST측이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퇴직조치를 강행한 점으로 보아 이번 가처분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직원지위보전가처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시까지 하루 100만원의 간접강제결정과 함께 복직시까지 급여와 위자료를 청구했다.
지난해 9월 KIST는 책임연구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1세로 낮추는 인사규정을 개정했으나 연구원들의 모임인 연구발전협의회(회장 김광웅) 회원들인 책임연구원과 선임연구원 등 183명은 정년규정의 단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고 동의절차에 위법성이 있다며 정년단축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제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지법 민사 50부는 연구발전협의회측의 가처분신청을 「이유있다」고 받아들여 그동안 KIST측과 연구발전협의회측간에 갈등이 있어왔다.
연구발전협의회는 이와 관련, 『KIST측이 계약제의 규정까지 무시하며 만 61세 정년을 맞춰 일방적으로 인사발령을 내고 있다』고 말하고 『만 61세를 초과한 책임연구원들에게는 연구비를 배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연구과제 참여조차 철저히 배제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IST측은 『정년퇴직 후에도 일정기간 연구능력과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위촉기간 1년 단위로 퇴직후 최대 4년까지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근 초빙연구위원, 초빙석좌연구위원제도를 신설하는 한편 연구연가제도를 개선해 정년을 앞둔 연구원이 국내외 연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년조정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했는데도 당사자들이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KIST측은 이에 대해 『민사소송에서 법원결정의 불이행에 따른 처벌조항은 없으며 당사자들이 공식적으로 법에 호소한 만큼 재판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