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ccTLD를 둘러싼 이슈

총성없는 사이버 전쟁. 인터넷 영토인 도메인을 둘러싼 밀고 당기는 선점경쟁이 개인이나 회사를 넘어 국가로 번지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ICANN 국제회의는 도메인·지적재산권 등 각종 인터넷 정책과 관련해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회의장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가 섭씨 30도를 웃도는 요코하마의 무더운 날씨를 무색케 할 정도였다. 날로 비중이 높아가고 있는 도메인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각 회의장은 각국의 네티즌들로 연일 대성황을 이뤘다. ICANN은 워킹그룹에서 나온 의견을 최종 논의하는 대규모 포럼을 회의장과 인터넷에서 동시에 토론에 부쳐 「사이버 유엔」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상위 도메인체계, ICANN 이사회 구성, 유명 도메인 분쟁정책, 다국어 도메인 사용 등 이번 요코하마 국제회의에서 이슈로 떠오른 주제를 3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1〉ccTLD를 둘러싼 몇 가지 이슈

ccTLD는 .kr, .jp, .uk 같은 국가 도메인과 관련한 등록과 관리를 담당하는 기구다. 우리나라에서 ccTLD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다. ccTLD에 가입한 나라, 즉 국가 도메인을 갖고 있는 나라는 230개국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국가 도메인을 제외한 모든 최상위 도메인(예를 들면 .com, .org, .net 등) 등록과 관리는 ICANN이 맡고 있다. 「사이버 유엔」격인 ICANN이 순수 민간 위주의 도메인정책 기구라면 ccTLD는 정부와 민간 두 가지 색깔을 갖는 단체다.

ccTLD와 관련한 워킹그룹에서는 다국어(multilingual) 도메인체계를 허용하는 문제와 인터넷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통일 분쟁해결 정책(UDRP)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국어 도메인체계는 도메인이 모두 영어로 돼 있기 때문에 비영어권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올 초에 제기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이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일본·대만·태국 등은 지난 6월 각국의 인터넷 도메인 관리기구(NIC)를 중심으로 「밍크(MINC)」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이미 인터넷에서 영어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쓸데없는 혼란만 불러온다고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었다. 이번 회의 역시 이같은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당초 주요 비영어권 국가는 이번 요코하마 회의에서 「밍크」모임을 ICANN의 공식 워킹그룹의 하나로 정례화하는 안을 관철시킬 계획이었다.

인터넷정보센터 김병규 부장은 『이제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가 투영되는 사이버 세상』이라며 『영어가 인터넷의 중심언어로 자리잡는다면 비영어권 국가는 당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서 ICANN 입장과 별도로 한국·중국·일본·대만은 자국어 도메인체계를 지원할 수 있는 변환 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따라서 이후 인터넷 도메인체계가 영어권과 비영어권 두 축으로 나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중국은 자국언어를 기반으로 한 도메인체계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의사를 강력하게 비추고 있어 이후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UDRP와 관련해서도 ICANN과 ccTLD,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여전히 입장차이를 보였다. UDRP는 도메인 상표권을 침해당했을 때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종의 지적재산권 분쟁위원회다. ICANN은 이를 지난해 12월 발효한 이후 1200여건의 분규 중 80%이상을 해결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UDRP와 관련해 ICANN측은 이를 ccTLD에서도 인정해 그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유명 상표권 등록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 상표의 경우 그 상표권을 사이버 공간에서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선진국 입장과 이는 다분히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선진국의 논리라며 도메인 등록순대로 권한을 갖는 도메인 등록 우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개발도상국 입장이 뚜렷하게 갈려 관심을 끌었다. 더욱이 이후 만들어지는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에서도 UDRP는 개발도상국의 입지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싸고 앞으로도 적지않은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ccTLD 워킹모임에서는 ccTLD에서 ICANN에 1500만달러 규모를 투자하는 방안, ccTLD와 ICANN 사이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지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이번 모임에 참석한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만 논의돼 왔다』며 『이제는 인터넷과 관련한 국제적인 정책이나 동향을 예의 주시해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코하마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