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2회>연구원 창업기-동양엔터프라이즈 정종호 사장

「자본금 10배 증가, ISO9001 인증, 해외시장 개척, 대덕밸리 최초 제3시장 등록.」

동양엔터프라이즈를 창업해 1년 7개월간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발자취다.

이제 황무지를 헤엄치는 기분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짧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려 한다.

나의 창업동기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IMF의 여파 덕분이다. 혹독한 IMF 이후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바람은 대덕연구단지도 예외일 수 없었다.

지난 98년 중순 당시 캐나다의 NRC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우리나라의 상황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혹독했으며 내가 근무하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구조조정과 함께 축소 지향적인 경영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러면서 연구원 창업지원제도가 활성화되고 장래를 고민하며 벤처의 길을 선택하는 연구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동안 축적된 센서응용기술을 재산으로 여러 날을 새워가며 고민한 끝에 창업을 결심했다.

연구소에서의 경험과 캐나다 연수 당시 익힌 센서응용기술을 접목, 가능한 생활 주변용품들을 로봇화해 나간다는 슬로건과 반드시 성공해 낸다는 확신을 다지며 기세있게 출발했다.

적어도 곳곳에 숨어있는 복병들과 싸우며 새내기 중소 제조업의 각종 어려움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보무가 사뭇 당당했었다.

처음 시장에 내 놓은 제품은 「구두닦는 로봇」이다.

창업 당시 각종 언론에 회자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창업 1개월만에 상당량의 매출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전국에 6개의 총판을 개설했고 늘어나는 매출로 인해 마치 성공이 눈앞에 와 있다는 착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뿌리가 깊지 못한 새내기 기업의 한계는 금방 찾아왔다.

늘어나는 매출 만큼이나 감내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경영기법의 미숙, 자금의 부족, 마케팅 전략 부재, 못 미치는 기술개발 속도 등이 회사를 조여 오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파산의 위기를 맞아야 했다.

정말 추운 날들을 직원들과 함께 견뎌야 했다.

『가진 것은 기술뿐이다. 우리가 살길은 기술개발이다』를 외치며 견뎌낸 세월이 결코 짧지 않았다.

꾸준히 개발한 후속모델은 호주와 미국 시장을 개척해 냈으며 모 창업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유치받아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창업당시보다 자본금이 10배로 증가한 지금 회사는 더 바빠졌다. 충남대학교와 산학 연구계약을 체결해 신제품 개발을 추진중에 있으며 중국에 지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해야할 과제가 줄 서 있다. 동료들과 함께 굶주리며 꿈꾸던 일들이 새록새록 현실로 다가오는 보람에 임직원들의 눈매는 반짝거리고 있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은 내가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정리하자면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처음의 진취적인 발상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완성하려는 부단한 노력과 투쟁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둘째,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안목으로 지속적인 연구·기술개발을 준비하는 것이다.

셋째, 일상의 평범하고 작은 아이디어도 그것을 발전시키고 가공하면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훌륭한 벤처기업인들이 많이 배출되어 그들로 하여금 이 나라의 경쟁력 제고와 발전을 추동해 내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