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트(Copyright)와 카피레프트(Copyleft).」
최근 전세계 지식정보산업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양대 패러다임이다.
고도화하는 디지털기술에 대응, 불법복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어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사이버시대에 맞는 강력한 디지털 저작권법으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카피레프트 주창자들은 지적재산권 보호가 외형적으로는 저작자의 창의성을 존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이면에는 일부 강대국들이 정보독점을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고착화하려는 경제적 패권주의가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따라서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습득해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지식정보사회, 정보 민주주의의 참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을 촉진한다」는 다소 상충되는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개정 저작권법에도 이같은 목적이 잘 반영돼 있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상의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해 「전송권」 조항을 신설하고 사적(私的) 이용의 한계를 넘는 공중 복사점에서의 저작물 복제를 제도적으로 억제토록 했으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복제전송권관리센터」의 설립을 명시했다.
반면 저작자와 출판업계의 반대로 난항을 겪어오던 「전자도서관 구축사업」을 허락해 서적이나 사진 등 각종 저작물들을 디지털파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컴퓨터로 열람 및 검색이 가능토록 했으며 공연·방송·전송의 개념을 디지털환경에 맞게 재정비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 저작권법이 과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 수준에 맞춰 「지적재산권의 보호 및 저작물의 원활한 유통」이라는 당초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전송권」의 신설만으로는 출판계가 겪고 있는 「전자책 권리 논쟁」이나 음반업계의 「MP3파일 저작권 분쟁」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 따른 아노미 현상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전자도서관」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원격 검색 및 열람이 가능해야 하는데 암호화나 워터마킹같은 불법복제방지기술을 탑재해도 결국 전송권에 묶여 원저작자들의 허락을 일일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문화(死文化)될 우려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작물에 대한 권리관계를 정비하고 정당한 저작권료 지불을 통한 원활한 유통을 지원하는 공적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설된 「복제전송권관리센터」에 대한 역할과 위상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라 말 그대로 디지털 저작물의 복제와 전송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체계와 운영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저작권법이 디지털시대의 문화산업 기본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달과 급변하는 저작권 환경 그리고 국내 현실에 맞도록 지속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예컨대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개정 저작권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마련 작업이 공개적인 논의를 거쳐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변화한 디지털환경을 보다 면밀히 조사해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저작권법이 디지털 기술의 변화 속도보다 한발 늦을지라도 선량한 시민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이용자들은 저작자들의 땀과 정신이 밴 저작물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당연히 저작자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카피라이트건, 카피레프트건간에 이는 모두 저작자가 선택하는 그들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