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최상위 도메인 쟁점

요코하마 ICANN 국제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최상위 도메인(gTLD) 확장과 관련한 안건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도 새로운 도메인체계와 방법 등 「각론」보다는 최상위 도메인을 늘린다는 「총론」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일부 네티즌은 공개토론에서 도메인체계 수립과 등록대행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등 때이른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ICANN측은 최종 이사회 모임을 갖고 10월까지 의견을 취합해 늦어도 12월까지 최상위 도메인을 매듭짓기로 확정했다.

◇최상위 도메인 확장 배경 =.com, .org, .net 같은 gTLD에 관한 논의는 지난해 초 처음 제기됐다. 흔히 1차 도메인이라 불리는 최상위 도메인은 도메인 이름이 짧아 기억하기 쉽고 국적이 나타나지 않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도메인체계다. 지금까지 확정된 최상위 도메인은 .com, .net, .org, .edu, .int, .mil, .gov 등 7개며 이 가운데 .com, .net, .org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도메인은 정부나 군대·교육기관 등만 사용할 수 있다. 최상위 도메인을 늘리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상용 도메인 주소의 고갈이다. ICANN측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com은 950만개, .net은 230개, .org 130만개 등 1300만개가 등록돼 있다. 특히 .com 도메인은 웹스터 사전에 나와 있는 명사의 97%가 등록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이 수치는 도메인 이름이 제기된 지난 94년보다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진행상황 =최상위 도메인은 지난해 중반에 처음 제기돼 그간 여론수렴 작업을 거쳐 지난 3월 카리오 국제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ICANN 산하 위원회인 도메인이름지원그룹(DNSO)에서 실무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아직 뚜렷하게 어떤 도메인체계를 확정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단지 .shop(쇼핑몰), .web(웹), info(정보제공사업), arts(예술), rec(레크리에이션), ngo(사회 운동) 등이 소문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번 요코하마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도메인 이름을 논의하기보다는 일정과 체계, 기본정책을 수립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지금까지 도메인체계와 관련해 ICANN측에 접수된 구체적인 논문만도 20여건에 달하며 1300건에 이르는 의견이 접수돼 있다. ICANN은 오는 8월까지 도메인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방법과 스폰서를 모집하고 10월까지 최종 도메인체계와 관련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이어 11월에 새로운 도메인과 등록대행업체를 확정해 늦어도 올해 안에 모든 업무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등록대행업체·스폰서·운영기관에서 5만달러씩 출연금을 받아 최상위 도메인 확장에 따른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게 된다. ICANN측은 비공식적으로 2∼5개의 최상위 도메인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은 과제는 =최상위 도메인을 늘리기 위해서는 도메인 이름을 확정하는 문제뿐 아니라 몇 가지 여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시스템 서버를 확장하는 문제다. 새로운 도메인을 늘리면 이를 등록하고 관리하기 위한 루트 서버 시스템의 용량을 늘려야 한다. 도메인을 관리하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도메인 이름만 확장한다면 혼란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실제 사용하지 않는 유명무실한 도메인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이다. 투기 목적으로 도메인 신청이 러시를 이룰 경우 비즈니스 목적으로 도메인을 신청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새로운 도메인이 생길 경우 기존 유명 상표 도메인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 등록대행업체를 투명하게 선정하기 위한 방안도 최상위 도메인 확장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도메인 전문가들은 『새로운 도메인 생성이 인터넷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기폭제가 아니라 등록대행업체만 배부르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며 『최상위 도메인 확장에 따른 구체적인 원칙과 정책을 세우는 것이 ICANN의 현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