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e비즈 잰걸음 「이유 있네」/B2B 등장으로 업종 존폐 위기

인터넷시대를 맞아 가장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오프라인 기업은 누구일까. 업계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종합상사를 우선 꼽는다.

삼성물산, LG상사, SK글로벌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종합상사들도 이런 답에 동의한다. 실제 이들은 쇼핑몰, 업종별 B2B e마켓플레이스 구축, 벤처 투자 등 전방위로 인터넷사업을 벌이고 있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들의 인터넷사업은 「생존게임」과 다름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종합상사는 70년대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서 나온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업종이다. 당시 정부는 수출입 실적이 좋은 기업에는 여신에서도 후한 점수를 주면서까지 수출을 독려했다. 이런 상황이 되니 「금 사다 금 파는」 사업을 할지언정 너 나할 것 없이 이 분야에 진출한 것이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생겨난 종합상사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존립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종합상사의 존재 이유가 「기업간 거래」를 통한 중개 수수료에 있는데 온라인에서 기업간상거래(B2B)의 확산은 궁극적으로 종합상사의 존립이유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종합상사들이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그 어느 업종보다 위기의식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그러나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합상사는 제조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그 어느 업종보다 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또 될 만한 사업 아이템을 고르는 「눈치」도 발빠르다. 종합상사야말로 「오프라인 정서를 쉽게 버릴 수 있어」 e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SK글로벌 한 관계자는 『국내 벤처기업이 해외진출을 시도할 때 컨설팅회사나 정부기관에 협조를 받지만 사실 종합상사의 거점을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해외진출에서 부딪치는 장벽을 해결하는 「노하우」야말로 종합상사가 갖춘 무기라는 것이다.

종합상사들은 대부분 인터넷 지주회사를 꿈꾸고 있다. 이들이 e비즈니스를 통해 살아남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인터넷이 「종합상사」라는 업종을 사라지게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