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3회>한밭벌 캠퍼스 창업 "열풍"

방학을 맞아 한가로운 휴식에 들어간 7월의 대학가.

한여름의 태양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남다른 여름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모인 곳. 미래 벤처 성공신화를 꿈꾸며 이곳 벤처창업지원센터의 10여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자리잡은 대학 벤처보육센터 입주 벤처기업들은 무더위를 느낄 시간조차 없다.

지난 98년 벤처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정부와 대학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문을 열기 시작한 전국 100여개 대학 벤처보육센터가 새 천년을 맞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대덕연구단지를 핵으로 충남과 대전 지역에 불기 시작한 벤처열풍은 그 열기가 부채살처럼 이제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대학의 벤처창업 열기가 전국 그 어느 곳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곳이 바로 대덕밸리다.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구축된 벤처기업 보육시설이 벤처신화 창조를 위한 충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새로운 가치창조의 샘물이 되고 있다.

대덕밸리에는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창업보육기관, 정부출연연구소 벤처보육기관, 각 대학이 마련한 창업보육기관 등 현재 15개 기관이 457개 보육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정보통신대학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등 5개 기관이 93개 보육실을 개설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그중에서도 벤처창업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 바로 충남과 대전 지역 10여개 대학이 운영중인 벤처보육센터로 그 어느 벤처보육센터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입주가 가능하다.

7월 현재 배재대에는 다중 변환 웹 관리시스템 개발업체인 드림인테크, 영상 영역분할 및 목표물 영역 압축기술 개발업체인 씽크텍, 이동체 탑재용 위성방송수신 안테나 기술개발업체인 엔투케이 등 15개 업체가, 충북대에는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한국인터넷, 이동전화를 이용한 원격감시 및 제어, 도난감시 제어장치를 개발하는 한텔시스템 등 20개 벤처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또 순천향대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휴대형 거리측정기 개발업체 시그널키시스템, 리눅스 환경에서의 판매관리시스템 제작업체 아리넷(Ari-net) 등 10개 업체가 입주한 것을 비롯해, 10월에는 대전기능대학과 대전대 등도 벤처보육센터를 개관할 예정이다.

우수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대학이 벤처기업에 기울이는 각별한 관심은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에게 자극이 됐다.

교수와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창업을 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어 대학과 관련 정부기관이 파악하기 힘들 정도며 벤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벤처와 관련한 강의 개설에 대한 요구부터 벤처창업에 대한 절차와 내용을 문의하는 학생들의 요구가 최근들어 부쩍 증가했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예비창업자인 대학생들의 벤처에 대한 관심은 동아리 활동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신입생과 재학생들로부터 70년대 문학동아리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벤처동아리는 당연히 남보다 실력이 있고 재치있는 시 귀절을 얽듯 번뜩이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가입할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대학에 입주한 벤처기업의 사업 아이템은 전자상거래, 프로그램 개발, 웹 호스팅, 인터넷방송 등 다양하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초기 창업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공간뿐만 아니라 연구개발비·마케팅·투자유치 등 각 분야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백개 벤처보육업체들과 첨단기술 벤처기업들이 기술을 뽐내며 거대 벤처밸리를 형성하는 대덕밸리. 그 미래에 대학이 있다.

지금까지 출연연이 우수한 인적인프라를 통해 대덕밸리의 변신을 추구해왔다면 이제는 단연 대학이 나설 차례다. 그래야 대덕밸리가 산·학·연이 연계돼 첨단기술을 밑거름으로 연구개발(R &D) 중심의 특화된 벤처밸리를 꾸려나갈 수 있다.

벤처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공존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이룰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춘 대덕밸리야말로 미래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의 개념을 탄생시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나 스탠퍼드대학이 그랬듯, 우리나라의 대학이 벤처의 산실이 돼야 한다.

교수와 대학생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벤처열기를 더욱 더 촉진하기 위해 대학도 변화해야 할 시점이 왔다. 대덕밸리내의 대학들이 출연연등이 추진하는 전문 학위과정 등을 신설하는 일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 그래야 대덕밸리를 이끌 인력이 제대로 양성되고 이것이 바로 대학도 살고 출연연도 사는 길이요 대덕밸리도 발전하는 길이다.

이제 더 이상 탁상공론은 필요없다. 21세기 대덕밸리와 한국 벤처를 이끌 젊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벤처 성공신화를 만들어낼 그들에게 대학이 무엇을 해줄 것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

젊음과 참신한 아이디어, 기술로 무장한 대학생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덕밸리의 앞날은 밝다. 21세기 벤처강국 한국의 견인차는 바로 대학이요 대학인들이기 때문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