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3회>대덕밸리 벤처 대거 코스닥행

코스닥시장의 장기침체로 벤처업계가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지금, 대덕밸리에는 코스닥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착실하게 성장단계를 밟아온 대덕밸리 소재 유망 벤처기업 중 선두주자에 속하는 기업들이 속속 코스닥에 입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대덕밸리에도 조만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평가이익을 확보하는 이른바 「벤처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현재 대덕밸리의 벤처기업 수는 약 600개로 추정된다. 이들 기업은 코스닥이든, 제3시장이든 기본적으로 주식시장 등록에 대한 목표를 갖고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코스닥 예비심사에 통과했거나 외부 자본조달을 통해 본격적인 코스닥등록 스케줄을 밟고 있는 대덕밸리 벤처기업만도 대략 10∼15개에 이른다. 바야흐로 대덕밸리도 투자회수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중 어느 기업이 먼저 벤처스타의 반열에 오를 것인지는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덕밸리 벤처업계 사상 코스닥등록 1호 기업의 영광은 이변이 없는 한 반도체 클린룸 제어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블루코드테크놀로지(대표 임채환 http://www.bluecord.co.kr)에 돌아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난 91년 반도체용 클린룸 업체인 신성이엔지의 부설연구소로 출발한 블루코드는 25일께 코스닥에 첫발을 내디딘다.

국내 최초의 연구소형 벤처기업인 블루코드는 대덕밸리 벤처의 전형을 보여주는 기업이다. 석사·박사·학사 등 연구인력이 전체 인력의 3분의 2를 넘으며 판매와 생산은 아웃소싱으로 처리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73억원, 순이익은 6억5000만원이며 올해는 120억원의 매출과 11억원의 순이익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회사는 주력 제품인 클린룸 제어시스템에 최근엔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추가, 코스닥등록후 대덕밸리기업의 자존심을 지킬지 주목된다.

대덕밸리 벤처 중 코스닥 1호 등록의 자리는 블루코드에 놓쳤지만 가장 먼저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한 업체는 하이퍼정보통신(대표 최성수 http://www.hiper.co.kr)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업기업인 하이퍼정보통신은 메모리모듈, 통신모듈, 각종 통신 테스트 지그, ATM·ADSL 등 통신장비, 핸즈프리, SMPS, 컨버터, 오디오폰·비디오코덱칩 등 멀티미디어 등 4개 사업군을 축으로 수십여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대덕밸리 대표기업 중 하나다.

막강한 맨파워와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한 이 회사는 이미 한국IT벤처·인사이트벤처·미래에셋벤처캐피탈 등 여러 벤처캐피털로부터 벤처자본을 조달하는 등 스타기업으로 가기 위해 한단계씩 성장, 마침내 코스닥등록에 도달했다. 주당 발행 예정가만도 1만원으로 액면가(500원)의 20배다. 특히 최대주주인 최성수 사장은 46.8%의 지분을 보유, 이미 대덕밸리 벤처스타 자리를 예약해 놓은 상태다.

블루코드와 하이퍼의 바통을 이어받아 올 하반기 코스닥에 입성할 업체는 다림비젼·오프너스·지씨텍 등 3개 업체 정도.

90년대 중반 동영상 압축보드를 개발, 주목받다 대덕연구단지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벤처타운 종합영상관에 둥지를 튼 다림비젼(대표 김영대)은 우선 인적 구성부터 다국적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러시아 기술진 30명과 미국인 5명을 영입한 것. 또 이 회사 김영대 사장은 국회의원인 김영환 의원(민주당)의 동생이다. 현재 다림의 핵심사업은 네트워크방송, 디지털방송장비, 비디오녹화감시 등 보안, DVD제작시스템 등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MPEG인코딩으로 올 하반기 코스닥에 등록, 기술력을 평가받게 된다.

오프너스(대표 김시원)는 지난해 1월에 개인회사로 설립해 9월에 법인전환, 2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코스닥등록을 추진중인 아주 특이한 벤처기업. 하이퍼정보통신과 마찬가지로 ETRI 출신 핵심기술 인력이 창업한 이 회사는 초소형 무선 핸즈프리(hanzoom)를 개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유망 벤처기업이다.

지난 98년 2월에 창업한 지씨텍(대표 이재성) 역시 2년여 만에 코스닥에 도전하고 있는 신생 벤처기업. 가상현실(VR) 기술을 체감형 시뮬레이터 기기에 접목, 한국 제일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전문회사를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

대덕밸리 코스닥 열풍은 내년 이후에는 더욱 더 강하게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지란지교소프트·카이·한국인식기술·한백·IPS 등 유망 벤처기업의 코스닥행이 내년 상반기에 예정돼 있고 하반기에도 가나정보·SMIT·씽크텍·예원테크 등 다수의 업체가 코스닥진출이 예상된다.

이중 네트워크 보안 및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를 비롯해 문자인식SW 「글눈」으로 유명한 한국인식기술, 반도체 제조장비인 MOCVD시스템 개발업체인 한백, 계측제어 및 보이스메시징 솔루션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씽크텍 등 장차 대덕밸리를 빛낼 유망 벤처기업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잇따른 코스닥행은 그동안 기술력은 갖고 있으나 상품성이나 시장성은 검증이 안된 「미완의 대기」로 간주돼온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의 실질적인 기술력·시장성·상품성 등을 검증하는 「시험대」라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들 벤처기업의 코스닥등록 후의 결과에 따라 대덕밸리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테헤란로 인근의 서울벤처밸리는 초기 인터넷기업들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면서 각광을 받다가 수익모델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투자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대덕밸리 초기 등록기업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 결과는 앞으로 대덕밸리 벤처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대덕밸리에서 고수익,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투자가들이 속출할 경우 엔젤이나 벤처캐피털은 물론 은행·증권·투신·종금 등 금융기관들의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투자가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성장이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선발업체들의 주가는 후발 코스닥 추진기업의 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등록으로 제도권안으로 편입된 선발업체들이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투자가들로부터 높게 평가될 경우 일정대로 추진이 가능하나 「버블」판정을 받을 경우 후발업체들의 코스닥 추진일정의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SMIT의 안재영 사장은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회사라면 지금이 공개시장에 진입해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투자 분위기를 봐서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하반기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의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주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상황에 관계없이 대덕밸리 벤처업계의 주식상장(IPO)은 오는 2002년께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와 내년에 코스닥 입성을 준비중인 10∼15개 기업 외에도 상당수 대덕밸리 선발 벤처기업들이 코스닥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코스닥열풍에 따른 벤처붐 조성으로 ETRI를 비롯한 현지 연구소에서 파생된 유망 벤처기업들이 대부분 오는 2002년을 전후해 코스닥 입성을 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대덕밸리 벤처기업에 투자를 단행한 벤처캐피털이나 투자기관들이 투자회수를 위해 오는 2002년께 투자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IPO를 진행할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연구소 출신인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특성상 조기 IPO전략보다는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하나하나 축적한 후에 코스닥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제, 『하지만 대덕밸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밸리로 성장하기 위해선 투자-성장-IPO-재투자라는 벤처사이클이 원활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