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덕밸리 3회>인터뷰-오픈이앤씨 김용원 사장

대덕밸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비연구원벤처기업(연구원창업이 아닌 벤처기업)」 창업자로 오픈이앤씨(http : //www.openenc.co.kr) 김용원 사장(36)이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창업자금부터가 벤처, 그 자체다.

흔히 성공시대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단돈 100만원으로 창업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60∼70년대 「맨주먹」 선배 창업자들이 철가방 배달부터 시작했다면 그는 벤처시대에 맞게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밀어붙이는 배짱」으로 시작했다.

김 사장의 학벌은 소위 MIT나 하버드, 최소한 서울대나 KAIST출신들인 다른 벤처기업 사장에 비해 보잘 것(?) 없다. 서경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시간이 없어 배재대 정보통신 대학원을 중퇴한 학력이 전부다. 그것도 야간대학 출신이다. 그는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 앞에서 겸손할 줄 알며 때를 기다릴 줄 안다.

허허실실 털어버리는 낙천적 성격처럼 그는 「이것저것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지만 나를 믿는 두 명의 직원이 있다」라는 사실만 믿고 창업했다. 창업장소는 「낚시동지」였던 절친한 후배의 사무실 한켠. 김 사장은 3∼4평이 안되는 사무실에서 자신을 끝까지 따라온 조모 과장 등 3명과 회사라는 걸 꾸렸다.

사무실이 작다보니 출근과 동시에 현지 거래처를 찾아다니는 일상이 시작됐다. 김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모두 현지로 출근했고 여직원만이 홀로 지켰다. 다행스러운 점은 직원들이 가진 것 없는 김 사장을 철저하게 믿고 따랐다는 것.

사업아이템이 뚜렷하지 않아 그간 해온 SI업무에 전력을 기울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들 3명은 유닉스 서버를 활용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 우선 매달렸다. 평소 마케팅을 통해 알게된 거래처의 용역사업을 따내고 여기에 다른 회사 제품을 납품하는 「날품팔이」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부지런했고 당연히 점차 자신이 붙었다. 김 사장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자신이 먹고 살 것은 자신이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급기야 창업 이후 4개월 만인 지난 98년말 결산결과는 매출액 20억원의 번듯한 회사가 됐다.

『창업초기 지인들의 도움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곁방을 내준 사람들, 사무용 컴퓨터와 집기를 지원해준 사람들, 함께 고민했던 사람들, 이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 낙오자가 됐을 것입니다.』

그에게는 이상하게도 그를 한번 만나면 모두가 스스로 나서 도와줄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사업이 탄탄대로로 가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올 초에는 교육정보화사업과 승마연습기를 개발중이던 ANT정보통신과 합병하면서 사업 발판을 다졌다. 통합의 효과는 매우 컸다. 마케팅만으로 20억원의 매출을 올린 그였기에 새로운 아이템의 확보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격」이었다.

김 사장은 기존 멀티미디어교육정보화 사업아이템은 「오픈랩」과 「오픈마스터」를 중심으로 각급 학교를 집중 공략했다. 승마용 연습기는 3차원 경마용 레이싱 시스템으로 한 단계 높여 아케이드 게임 개발에 나섰다. 김 사장이 전면에 포진하니 당연히 직원들의 열기도 대단했다.

김 사장의 포부는 끝이 없다. 김 사장이 산정한 올해 매출목표액은 540억원 정도. 아무리 벤처기업이 떼돈버는 세상이라지만 창업 3년이 채 안된 회사치고는 매출액 증가가 상상을 초월한다.

기술보다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김 사장이지만 ATN정보통신과의 합병전인 올 초까지만 해도 그에게는 호스레이싱 승마게임은 하나의 아이템에 불과했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 ASI전시회에 이 승마용 게임기를 출품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때 전시장을 찾은 업체들은 미국, 영국, 스페인, 대만, 홍콩 등 수개국 100여 업체. 이들 해외업체는 지역총판 확보를 위해 해외업체들간 로비까지 벌이고 있다.

『세계 시장에는 세가, 남코, 고나미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제작비 10분의 1만 투자해도 이에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개발된 제품은 일본, 미국, 홍콩 등지에서 샘플오더를 요청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 샘플오더를 요청하고 있고 현지 테스트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어마어마한 수출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그는 귀띔한다.

김 사장은 최근 전국에 20여개의 승마용 게임테마파크를 설립하려 한다. 자사 홍보는 물론 승마용 게임기 확산에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오픈이앤씨의 미래 사업전략은 모든 게임기를 인터넷으로 연결시키는 어뮤즈먼트 사이버 월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게임시장에서 일본제품이 아닌 오픈이앤씨의 게임기를 보는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어뮤즈먼트 사이버월드. 대덕밸리의 「삐딱이」 김 사장이 그리는 40대의 야심작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김용원 사장의 머리 값만 해도 수천억원의 값어치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