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을 연상할 때 흔히 떠오르는 것은 단연 학벌 좋은 젊은 사장과 캐주얼 차림의 연구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잘나가는 벤처기업 대표 명함에는 흔히 「박사」라는 위엄이 자리잡고 있다. 해외유학파, 출연연 출신, 아무개대학 박사, 아무개대학 교수 출신 등이 보란 듯이 박혀 있다.
대덕밸리에서는 이런 명함이 흔하다. 「박사동네」 대덕연구단지답게 박사들의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다. 대덕밸리에서는 웬만한 학벌 가지고는 명함 내밀기가 힘들다. 아파트 한개동에서 50% 이상이 박사급들이다.
그러나 박사동네에서 맨몸으로 부딪히는 비연구원 출신, 비박사 출신들도 많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덕연구단지에서 개발된 첨단 연구결과물을 상품화하기 위해 대덕밸리에 둥지를 틀고 있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을 이끌어가는 밸리스타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민간연구소 연구원 출신들. 이들은 연구원 시절 자신이 담당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창업한 경우다.
국내 무대는 물론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는 것이 이들의 장점이다.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준높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연구원출신 창업기업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는 단연 한국과학기술원과 한국전자통신 연구원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직원 출신인 에스엠아이티 안재기 사장을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인 지니텍 이경수 사장, 하이퍼정보통신 최성수 사장, 텔코정보통신 진성언 사장, 텔리언 김재근 사장, 에이팩 송규섭 사장, 오프너스 김시원 사장 등이 대표적인 연구원 출신 그룹이다.
이들이 개발한 제품은 대체적으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주력분야에서 다른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들 만큼 독점적 영역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또 다른 부류는 비연구원 출신 그룹이다.
과학자료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전담하는 인터시스 윤종식 사장을 포함해 지씨텍 이정학 사장, 지란지교소프트 오치영 사장, 한백전자 진수춘 사장, 씽크텍 박봉래 사장, 제3정보기술 김성환 사장, 에이치피에스 조세현 사장 등이 비연구원 출신 벤처기업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사업전략은 마케팅 중심의 회사를 만든다는 것.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나오는 신기술을 상품화하거나 출연연, 대학과 일정한 관계를 맺으면서 신제품 개발에 성공을 거둔 기업이 많다.
이미 창업과정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들이어서 회사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하다.
최근 벤처붐에 힘입어 자금유치에 성공을 거둔 것도 대부분 비연구원 출신 기업들이다.
이밖에 대덕밸리 한축을 담당하는 기업군으로는 본사는 서울에 두고 기술이전과 기술개발을 위해 대덕밸리에 연구소를 둔 경우다.
열림기술을 비롯한 크고 작은 기업들이 대덕밸리 안팎에서 활동중이다.
첨단기술의 메카인 대덕밸리에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사냥이 이들의 주업무다.
연구원 출신, 비연구원 출신, 서울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 연구소. 이 세 가지 중심축이 대덕밸리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바로 대덕을 벤처스타 산실로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