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코스닥」은 모든 벤처기업들의 최대 화두였다. 벤처기업인들 사이에서 코스닥시장 등록 심사통과는 회사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였고 심지어 코스닥 진입 자체가 회사의 최종목표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코스닥증권시장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코스닥증권시장은 지난 96년 5월 거래소 상장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주식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설립됐다. 같은 해 7월에는 전산시스템을 확충하고 경쟁매매 등을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97년 359개 기업, 시가총액 7조685억원이었던 코스닥시장은 지난 20일 현재 567개 기업에 시가총액도 50조를 넘어서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스닥의 본격적인 활황세를 타고 거래규모가 98년 말에 비해 440배 성장했으며 지난 2월에는 거래소시장을 능가하면서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증권시장으로 급부상했다.
네살배기 코스닥시장의 급성장에는 지난해 5월 발표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코스닥등록요건 완화, 등록기업 세제지원, 벤처기업 적극 유치 등을 골자로 하는 활성화 방안으로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들의 코스닥등록이 한결 쉬워졌다.
이에 따라 인터파크와 골드뱅크 등 닷컴기업들이 코스닥에 대거 등록했다. 인터파크·골드뱅크의 코스닥 진출은 벤처붐을 일으켰고 인터넷과 정보기술 벤처의 존재를 널리 알림으로써 이른바 증시에 「아줌마부대」들을 출현시켰다. 하반기에는 새롬기술·다음커뮤니케이션·한국정보통신 등이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주당 100만원을 넘는 등 황제주로 등극했다.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앞서는 기현상마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창투사 등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아이디어만 갖고 있는 신생 벤처기업들에 융단폭격식 투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일반인들에게도 확산돼 벤처기업들은 코스닥 진출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수억원의 자금을 인터넷공모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코스닥이 등록기업뿐만 아니라 신생벤처들에게도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의 선행지수격인 나스닥시장이 「닷컴거품론」으로 하락세를 타면서 코스닥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한때 280을 넘던 지수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 120대로 밀리면서 코스닥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투자손실을 입혔다. 코스닥시장의 붕괴는 등록기업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벤처 투자심리 자체를 위축시켰다. 이는 신규창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벤처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투자심리 급랭의 원인을 정보기술 선도업체들의 영업실적 부진, 코스닥등록시 벤처캐피털 등의 무분별한 매도공세 등에서 찾는다. 또 코스닥·벤처 열풍을 일으킨 주역들이 아직도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부 업체의 경우는 코스닥에서 확보한 자금을 기술개발 등에 투자하기보다 금융소득 확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엔젤투자자와 사회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초래해 벤처기업을 의심하는 풍조를 낳았으며 엔젤 역할을 기대했던 벤처캐피털 등은 기업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염려보다는 단기간의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매각에 나서면서 증시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따라서 코스닥을 회복시키고 벤처의 막힌 「돈줄」을 풀어주려면 우선 벤처기업 스스로가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기술개발과 새로운 영역 확보에 나서는 진정한 벤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투자가들도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벤처의 후견인으로 거듭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코스닥시장이 「체격」이 아닌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코스닥시장 주요 일지>
일시=내용
96년 5월=코스닥시장 설립
96년 7월=코스닥시장 개설
97년 1월=코스닥시장 주가지수 발표
97년 4월=코스닥시장 법제화
98년 6월=코스닥시장 활성화방안(1차)
98년 10월=코스닥위원회 신설
99년 5월=코스닥시장 활성화방안(2차)
99년 12월=코스닥시장 건전화를 위한 발전방안
2000년 3월=제3시장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