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시장이 급속도로 냉각, 많은 벤처기업들이 자금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벤처캐피털업계는 올상반기에 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TB네트워크·한국기술투자·TG벤처·우리기술투자·무한기술투자·동원창투·한미창투·한림창투 등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 등록 선발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일제히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급증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벤처캐피털업체들이 IMF 경제위기가 지속되던 지난 98년과 99년에 워낙 고전한 것에 대한 반대급부와 상반기에 투자주식을 대거 매각, 상당한 투자수익을 올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얼마나 좋아졌나=SK증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KTB네트워크가 코스닥 절정기였던 지난 1·4분기에 보유주식을 대거 매각, 지난 상반기 1700억원대의 영업이익에 순이익만도 무려 1350억원대에 이르며 다시 흑자로 돌았다. 한국기술투자와 무한기술투자도 800억원 전후의 매출에 500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TG벤처·우리기술투자·한미창투·동원창투 등 코스닥등록업체를 포함한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엄청난 고수익을 내며 상반기 코스닥 전체기업 중 예상 순이익 20위 안에 포함되는 성과를 거뒀다. 실현(현금화)하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할 경우 이보다 2배 이상의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표참조
◇실적호전 배경과 의미=벤처캐피털업계가 이처럼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것은 당연히 비상장·미등록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수, 엄청난 자본이득(캐피털게인)을 창출했기 때문. 선발 벤처캐피털업체들은 IMF 이전과 IMF 직후인 98∼99년 사이에 낮은 가격으로 투자한 기업이 대거 코스닥에 진출, 올상반기에 이를 집중 매각,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다. 이들이 투자자본을 대거 회수한 것은 재투자를 위한 투자자산 확보와 회수시장인 코스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본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결국 밴처캐피털업계의 주식매도와 실적호전은 코스닥시장의 수급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계량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향후 전망=벤처캐피털의 실적은 코스닥시장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또 앞으로 벤처캐피털 투자기업 중 코스닥에 진출하는 기업의 상당수는 코스닥붐이 형성된 후에 투자한 기업들이다. 따라서 기존에 회수한 기업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고가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4개월째 지속중인 코스닥 조정기가 더 장기화될 경우 투자주식의 매각이 쉽지 않아 실적호전을 낙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제 극히 일부업체를 제외하고는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수십∼수백배의 수익을 내는 「대박」을 터뜨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인수합병(M &A) 활성화 등 투자회수 창구의 다변화가 본격화될 경우 벤처캐피털업계의 실적호조는 계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