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MP3·PC방 등 디지털 문화상품이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존 음반·비디오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에따라 음반·비디오업계는 청소년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으나 뚜렷한 묘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음반·비디오업계는 최근의 시장침체 요인을 주 수요층인 청소년들이 대부분의 용돈을 휴대폰 구입 및 PC방 등을 이용하는 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음반업계는 거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MP3 음악파일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를테면 돈을 주고 음반을 사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MP3 음악을 다운받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디지털 문화상품은 휴대폰이다. 휴대폰 서비스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면서 휴대폰은 청소년들의 필수품이 되다시피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청소년들의 용돈지출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휴대폰 이용요금이 청소년들이 용돈에서 지출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게는 3만∼4만원, 많게는 10만원 이상의 휴대폰 이용요금을 내고 나면 상대적으로 다른 문화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할 수 있는 용돈이 줄어든다는 것. 따라서 음반을 사거나 비디오를 빌려볼 수 있는 기회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PC방의 확산도 음반 및 비디오 산업의 퇴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소년들이 PC방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비디오를 보는 시간이 그만큼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반·비디오업계는 이에따라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고심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로 나가면 음반·비디오시장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비디오시장은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한 800억원에 불과했으며 음반판매량도 전년동기대비 30% 정도 증가한 1200만장을 기록했으나 예년 수준에 비추어 보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에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마케팅 도입을 등한시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업체들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의 영상산업을 이끌 리딩 컴퍼니는 아직도 음반·비디오업체들』이라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책을 요구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저작권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선진 마케팅을 도입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세제감면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정부가 앞장 서 검토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상황은 시장경쟁원리에만 맡길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