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세트업체들의 의식전환이 선결돼야 한다. 벤처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거부하거나 시장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세계 최초로 MP3용 인코더칩을 개발한 디앤씨테크의 박한서 사장은 『제품 개발 초기 국내 기업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죽음까지 생각했을 정도였다』며 『99년 추계 컴덱스에서 제품의 성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눈에 띄어 회생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국내 세트업체들은 신부품을 도입·적용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트업체들의 구매담당자들은 부품성능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엔지니어 못지 않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부품업체들은 가격과 납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I/O 커넥터 전문업체인 KAE(대표 김제성)는 가격과 철저한 납기준수로 성공했다.
KAE는 40일 정도 소요되던 제품 개발기간을 30일 정도로 줄이는 한편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자동화 설비에 집중적으로 투자, 수작업 비중을 크게 낮췄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제품경쟁력을 높인 결과 이동통신단말기 부품전문업체인 미 암페놀사와 합작할 수 있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테스텍(대표 정영재)은 아예 장비의 수요처인 삼성전자와 신제품을 공동개발, 납품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을 취했다. 테스텍은 경쟁업체인 일본 JEC와 국내 시장을 양분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이와 같은 공동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전문인력이 세트업체로만 몰리는 것도 신뢰성의 근간이 되는 기술력 확보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에서 병역특례제도 운용상 부품업체에 보다 많은 기회보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업계의 소리도 그래서 일리가 있다. 또한 부품업체와 세트업체간 정보공유도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는 부품 및 세트업체간 납품 구조가 공개된 정보교류 아래 수평화돼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