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인터엠 조순구 사장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투자를 추진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는 등 민간차원의 대북경협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국내 전자업체들이 진출해 사업을 벌일 만한 인프라 구축이 극히 부실하며 자유로운 왕래나 통신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현지생산을 위한 부품을 보내거나 완제품을 들여올 교통로도 개설되지 않고 있는 등 실질적인 경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대중방송(PA) 장비 전문업체인 인터엠의 조순구 사장(50)이 전자공업협동조합과 함께 방북, 실질적인 대북 임가공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방안을 오랫 동안 검토해 왔습니다. 하지만 같은 값이면 우리와 말도 잘 통하고 인력 수준도 높은 북한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북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 사장은 이번 방북을 통해 우선 목재스피커를 북한 대동강공장에서 임가공 생산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다음달에 300대분을 시험생산해 보고 오는 10월부터 월 4000대씩 본격적인 현지 임가공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목재스피커 임가공 결과가 좋을 경우에는 천정용 스피커와 실내외용 PA스피커 등 고품질 스피커 및 소형 오디오믹서와 앰프도 북한에서 임가공하는 등 현지 임가공 제품의 종류 및 수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북은 당장 현지 투자를 통한 이익을 보겠다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투자효과를 보고 점진적인 진출을 추진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번 북한에서의 임가공 계약을 시작으로 우리도 이익을 보고 북측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윈윈」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입니다.』

조 사장은 특히 북한 인력이 대부분 전문대를 졸업하는 등 교육수준이 높아 현장 경험을 충분히 쌓고 필요한 부분을 지도하면 훌륭한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북측에서 중국보다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선뜻 임가공 계약에 사인한 것도 북한 인력의 가능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또 『여건이 갖춰지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하지만 북한 인력의 수준이 높은 만큼 조만간 고출력 앰프 등 북에서 원하는 기술 집약도가 높은 제품도 갖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방북시에는 북측 인사에게 우리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생산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인터엠이 처음 북한 진출을 추진했던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임금을 월 80달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서면서 임금 수준이 150달러까지 높아졌으며 북측에서 요구하는 것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조 사장은 『아무리 한민족이고 민간차원의 남북교류가 필요하다고는 해도 기업 특성상 손해를 보면서 북한에 진출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남측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는 데 있어 과당경쟁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빨리 남과 북 사이에 놓여 있는 많은 장벽을 제거해 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움직임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