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각국들이 PC·모니터 등 컴퓨터와 주변기기에 대한 환경 및 절전 규제를 크게 강화함에 따라 국내 컴퓨터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이 컴퓨터와 모니터 등 컴퓨터기기에 대해 절전 및 환경규제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환경마크제를 신설하고 있으며 환경보호 및 초절전 설계제품을 우선 구매키로 하는 등 「컴퓨터분야에서 환경 및 절전」 관련 규제조치가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발전하고 있다.
올들어 스위스정부와 은행연합회, 독일 연방정부 등 유럽 각국 정부 및 민간단체는 컴퓨터 관련제품의 조달시 환경 및 초절전형 제품을 우선 구매키로 결정했으며 유럽연합(EU)도 PC와 모니터를 환경규제 품목으로 새로 지정하고 구체적인 규제방안을 마련중이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지역 국가도 공공기관에 공급하는 컴퓨터 제품을 중심으로 환경 및 절전 규제기준을 크게 강화하고 있으며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환경부담금 부과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주요 컴퓨터업체들은 환경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전담팀을 설치하고 각국의 환경마크 및 획득조건 등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서는 한편 초절전형으로 설계한 제품개발에 착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환경대응팀을 가동중인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앞으로는 포장·재질·부품 등의 재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컴퓨터 설계단계부터 신경을 쓸 예정인데 특히 모니터의 경우는 초절전형 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세계 최초로 대기(스탠바이)모드시 소비전력이 1W에 불과한 초절전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모니터를 개발한 데 이어 이 제품에 대해 스위스은행연합회 등 유럽지역 고객들로부터 우선구매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모니터 대기모드 소비전력 기준은 통상 「5W 미만」으로 지정돼 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지난해 중순까지 전 모니터에 대해 유럽환경 기준인 「TCO 99」 마크도 획득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OEM방식으로 대량 수출하고 있는 노트북컴퓨터에 대해 최근 대형 거래업체로부터 환경규제 및 절전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재활용 부품 및 초절전형 제품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LG전자는 또 환경규제 움직임이 강한 유럽으로 수출하는 전기종의 모니터에 대해 「TCO 99」 규격을 획득하는 한편, 유럽의 친환경 인체공학 관련마크인 「에코라벨」을 획득했다. 또 스위스에서 제정한 환경규격인 「에너지2000」에 맞게 개발한 절전형 모니터를 주력수출품목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환경규제가 약했던 일본 및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컴퓨터 수출을 추진해온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컴퓨터에 대한 새로운 환경규제 움직임이 구체화됨에 따라 현지법인과 공동으로 별도 전담팀 구성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전자(대표 박종섭)는 올해 말까지 전 수출모델에 대해 「TCO 99」규격을 획득하기로 했으며 향후 여러 국가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환경규격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