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술연구회 이사회가 지난 12일 산업기술정보원(KINITI)을 주체로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를 흡수통합하기로 결정한 것에 반발해 KORDIC 노조가 24일까지 11일째 집단 농성을 벌이는 등 갈수록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KORDIC 노조는 특히 양기관의 통합 작업을 주도했던 공공기술연구회에 공개질의서를 내는 등 불편 부당함과 통합추진위원회의 결과보고와는 다른 결정이 난 데 대해 정부 측을 공격하고 나서 주목된다.
과기노조 연구개발정보센터 지부는 지난 21일 모 일간지 광고를 통해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에게 5개항의 공개질의서를 내고 이번 결정은 잘못됐다며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공개질의서에서 『연구개발정보센터와 산업기술정보원의 통합을 추진했던 공공기술연구회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편파적 부당간섭으로 중립성과 국가과학기술 진흥에 대한 전향적인 통합논의 자체가 훼손당했다』며 이번 통합결정이 전면무효라고 강조하고 『통합논의 과정에서 상당부분 정부가 임의대로 끌고 가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국무조정실 관계자가 지난 12일 공공기술이사회가 열리기 1시간 전에 민선이사를 제외한 관선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의결하자는 주장을 해 논란을 빚다가 결국은 통합기관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보다 기관의 설립연도와 인원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정부 측이 객관성을 잃었다고 KORDIC 노조는 주장했다.
이들이 낸 공개질의 5개항의 골자를 보면 △설립연도와 인력수가 통합결정 판단기준의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있는가 △기관통합과정 및 결정에서 연구회가 편파적으로 개입한 이유는 뭔가 △KINITI의 빈약한 재정 및 자산상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왜 없나 △통합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던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약속을 왜 어겼나 △회의자료와 녹취록·투표결과 등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다.
과학기술계도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정보관련 연구기관 통합추진위의 운영결과 보고서가 통합기관의 주요영역을 과학·기술로 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통합추진위의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통합 주체가 결정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관에서 개입한 듯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공공기술연구회 관계자는 『투표에서 동수가 계속 나오자 이사들의 이사장 캐스팅보트 역할을 요구해 결국 투표에 참여하게 된 것인데 이것을 문제삼는 것은 곤란하다』며 『국무조정실 입장 또한 청취여부에 대해 이사들이 투표까지 진행해 공정하게 가부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날 투표과정 가운데 결과만 갖고 말이 많은데 회의과정을 보면 결코 편파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며 『KORDIC이 KINITI로 흡수되더라도 양기관의 역할이나 고용 등은 그대로 승계될 뿐만 아니라 상호 위상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일부에서 마치 흡수되는 기관이 사라지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