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2000 핵심테마 집중진단>4회-네트워크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은 최근 상호를 KTB에서 KTB네트워크로 바꿨다. 투자기업의 가치제고(value creation)를 위해서는 관련기업이나 기관간의 「네트워크(network)」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특별하게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벤처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네트워크라는 말은 현재 거의 보통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네트워크의 사전적 정의는 「망」이나 「그물」이다. 이런 점에서 벤처비즈니스의 네트워크란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가에 수평 또는 수직으로 연결된 인적·물적 지원세력으로 정의된다.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는 벤처기업가들은 부족한 것이 많다. 따라서 이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 「기술」 「자금」 「정보」 등 모든 것을 보완할 수가 있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각종 네트워크 결성이 붐을 이루고 있다. 동종기업간 협력 네트워크를 비롯해 특정 대학이나 업체(주로 대기업) 출신의 벤처기업인 모임, 특정 지역 벤처인 모임 등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벤처위기론이 확산되면서부터 이같은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특정 기업출신 벤처인의 네트워크는 삼성SDS·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데이콤·한국통신·SK텔레콤·LG정보통신 등 정보기술(IT)업계 대기업 출신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구축이 활발하다. 한글과컴퓨터 등 선발 벤처기업 출신들로 구성된 네트워크도 많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관련기관과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제일기획·LG애드·금강기획 등 광고업계 출신 벤처기업인 모임 등 사연을 매개체로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직능별 네트워크도 두드러지고 있다. 벤처캐피털업체를 정점으로 투자기업, 벤처컨설팅, 전문직 종사자 등 관련 전문가들이 총망라되는 모임의 결성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미 「KTBn클럽」(KTB네트워크) 「스틱네트웍스」(스틱IT벤처) 「벤처파트너스포럼」(동원창투) 「코리아IT벤처컨퍼런스」(한국IT벤처) 등 다수의 네트워크가 출범했거나 추진중이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벤처인간의 네트워크도 본격화되 있다. 국내 벤처기업과 벤처기업가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실리콘밸리의 경우 한미기업가협회(KASE)를 비롯해 수십개의 한국인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SW진흥원 등의 후원 아래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인 엔지니어, 벤처캐피털리스트, 컨설턴트, 경영자, 학계 인사 등이 망라된 실리콘밸리IT포럼까지 출범했다.

이외에도 뜻이 맞는 벤처인들의 비공식적인 모임까지 포함할 경우 현재 국내에만도 수백개의 네트워크가 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의 벤처네트워크는 아직까지는 지극히 사람 중심으로 흘러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보다는 「인맥」이나 「파벌」 조성의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와 건전한 네트워크 조성 분위기 마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지 않다.

벤처법률지원센터 정영훈 변호사는 『최근 코스닥 침체로 벤처위기론이 일면서 자금조달 등 부분적 목적을 위해 인맥 중심의 협의의 네트워크가 늘어나 문제』라며 『단순한 「커뮤니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벤처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