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등록 예정인 정보기술(IT)업체들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 희망공모가보다 크게 미치지 못하자 코스닥등록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아 IT업체들의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을 의식해 최근 코스닥등록을 앞둔 업체들이 주간사와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해 기관투자가들에 제시했지만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
최근 공모를 앞두고 있는 일부 업체들이 기관투자가들의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올바른 공모가 산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코스닥등록을 자진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면서 관련 업계와 증권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체들은 공모가가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책정될 경우 희망공모가에 준해 준비한 신규사업이나 경영자금 확보가 어려워져 사업상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수요예측을 마친 한 IT업체 사장은 『정보기술주에 거품이 확산되고 있어 희망공모가를 전환사채 가격의 3분 1 수준으로 책정했지만 일부 투신사가 담합, 공모가는 희망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됐다』며 『공모자금으로 준비하려 했던 하반기 사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부품업체인 PKL(대표 정수홍)은 오는 27, 28일 공모청약을 앞두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코스닥등록 철회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지난 19일 수요예측에서 납득할 수 없는 공모가가 책정됐기 때문. 곽병원 이사는 『당초 희망공모가를 주간사와 협의해 6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수요예측에서 턱없이 낮은 가격이 나와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할 형편』이라며 『코스닥등록 철회 방침을 두고 주간사와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낮은 공모가로 무리하게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는 것보다 전환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을 유입하거나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렸다 재등록을 신청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번달 초에는 소프트뱅크코리아(대표 이홍선)가 주간사와 공모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코스닥등록을 자진철회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코리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자체가 불안한데다 주간사가 공모가마저 낮게 책정해 코스닥시장 등록을 자진철회했』며 『나스닥이나 나스닥재팬에 상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자체 판단아래 준비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전기변환장치 업체인 코리언일렉트로닉스파워소스(대표 전낙원)도 일부 투신사의 담합으로 희망공모가보다 900원 낮은 1800원으로 공모가가 책정되자 이에 반발, 코스닥등록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완규 회장이 수요예측이 끝난 후 관계자들에게 『주간사와 공모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코스닥등록을 철회할 수 있다』고 말한 것. 다만 주간사와 금감원이 공모가를 놓고 합의점을 찾고 있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여기에 공모가를 결정하지 못한 일부 증권사가 투신사 배제 방침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등 증권사와 투신사의 힘겨루기 양상마저 보이고 있어 발행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