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의 꿈.」 월급쟁이(?)들에게 백만장자는 벤처열풍이 불기 전에는 단순한 꿈에 지나지 않았다. 매달 몇푼씩을 저축해 1억원 이상의 거금을 만져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스톡옵션」 바람이 백만장자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월급쟁이에게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대 부자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벤처기업에 우수 인적자원의 유입은 기업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이런 우수 인적자원을 채용하고자 해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우수인력을 채용한다고 해도 매달 지급해야 하는 높은 임금과 처우의 문제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들이 파격적인 스톡옵션을 제시하며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한 것이다.
벤처업계의 스톡옵션 열풍은 대기업 우수 인력들의 「엑소더스」라는 현상을 만들었다. 국내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의 경우 직원 4만명 가운데 1200명이 빠져나왔으며 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의 기업들에서도 500∼600명씩 벤처행렬에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 보호문제로 인한 대기업과 벤처기업들 사이의 소송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스톡옵션이란 당근은 또 대학생들의 취업판도를 뒤바꿨다. 취업희망 1순위가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넘어갔으며 결혼 배우자 인기순위까지도 벤처가 뒤흔들었다. 이에 따라 전문인력의 이탈에 우려를 나타낸 대기업들도 스톡옵션을 도입하며 인력 끌어안기에 나섰다. 현대전자를 필두로 삼성·LG·SK 등이 앞다퉈 이에 동참했으며 이 바람은 중견업계로 급속히 번졌다.
그러나 스톡옵션의 잇따른 도입은 적지않은 문제점을 양산하기도 했다.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이 옵션을 행사할 경우 기업입장에서는 과대비용이 발생한다. 주가차익만큼 임직원에게 배당하는 것이어서 재무제표상에는 인건비로 기재돼 특별손실로 기록되는 문제점과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할 경우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문제도 컸다. 스톡옵션에 따라 전문인력이 이리 저리 자리를 옮겨다녀 인간적인 동료애가 큰 한국적 기업정서를 변화시킨 것. 『도덕과 예의는 물론이고 동고동락을 같이했던 동료에 대한 정마저 없습니다. 무엇보다 휴먼네트워크가 강조되는 벤처업계의 변질된 기업문화가 자괴감까지 들게 합니다.』 한 인터넷 벤처기업 사장의 얘기다.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던 핵심 개발인력들이 떠나 궁지에 몰리는 회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요즘들어서는 벤처열기가 식으면서 스톡옵션 바람도 주춤하고 있다. 스톡옵션을 보고 벤처기업에 입사한 인력들이 권리를 포기하고 퇴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는 인터파크·로커스·다음커뮤니케이션·휴맥스 등을 비롯해 TG벤처·무한기술투자 등 소위 잘나가는 벤처캐피털까지 포함돼 있다. 벤처위기설이 나돌자 옵션 행사에 필요한 긴 세월(3년)이 불안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톡옵션제도는 벤처기업의 인력을 보강하고 많은 사람들이 벤처희망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스톡옵션의 도입에 앞서 건전한 풍토조성과 관련 법적·제도적인 보완,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