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들이 제 살 깎아 먹기식 가격경쟁을 펼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PC방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PC방들이 가격덤핑 등 과당경쟁을 펼쳐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간당 1500원이던 이용요금체계가 붕괴됐으며 일부 과밀지역의 업소들은 시간당 500원으로까지 내리는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적정선의 요금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율적인 노력과 함께 새로운 수익모델의 창출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국내 인터넷 산업을 이끌어 온 PC방이 고사할 위기에 처한다는 지적이다.
◇과당경쟁 실태=하반기 들어 PC방의 요금 인하경쟁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울과 제주지역의 경우는 1000원 정도며 나머지 지역은 시간당 500∼1000원선이다. 전국적으로 평균을 내도 1000원 이하로 99년 말 평균 이용요금 1500원에 비해 30% 이상 하락한 셈이다.
이 같은 요금인하는 PC방 매출의 감소로 이어진다. 반면 전용선, 머그게임, 건물임대, 운영비 등은 오히려 오르고 있는 추세다.
서울 양천지역에서 PC 40대 규모의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월 매출이 500만원을 넘어서기 힘든데 각종 운영비용으로 월 450∼55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며 『최근에도 바둑, 장기 등의 온라인 게임과 채팅 서비스들이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원인=PC방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과당경쟁이 원인이다. 최근 업계 추정에 따르면 전국의 PC방 수는 2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99년 문화관광부 조사결과 1만4000여개에 비해 40% 이상 급증한 것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 ADSL 등 초고속 통신망이 전국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속히 보급되면서 PC방 고객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PC방의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C방 이용자 수가 감소하면서 99년의 경우 PC 1대당 1일 평균 이용자 수는 10명을 넘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5명을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망=PC방 업주들은 채산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최근 PC방 업주들은 게임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해 PC방에 교육을 결합한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역 학원 서비스업체들의 반발로 유료화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에 수익을 분배해주겠다며 다양한 수익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PC방들은 실제로 수익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PC방들의 경영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어 앞으로 PC방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C방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과당경쟁과 이용자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타개할 새로운 대안제시가 시급한 때』라며 『PC방 업주들은 가격경쟁을 탈피하고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