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위성방송컨소시엄(KSB)·한국디지털위성방송컨소시엄(KDB)·일진컨소시엄 등 3개 컨소시엄이 각자 주도권을 쥐기 위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여 왔던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작업이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이라는 큰 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원 그랜드 컨소시엄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작업이 큰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원회 나형수 사무총장이 최근 3개 컨소시엄 최고경영책임자(CEO)와 만나 원칙적인 합의를 얻어냄에 따라 사실상 구체적인 컨소시엄 구성안과 최종 조율과정만 남게 됐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최종 조율과정에서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일정상 다음달 초부터 입찰제의요청서(RFP)심사를 통한 사업자 선정작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차에 걸친 청문회와 CEO와의 면담을 마친 방송위가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일부 쟁점의 소지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시기가 문제일 뿐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방송계에서는 이번에 3개 컨소시엄이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한발 뒤로 물러설 수 있었던 데에는 4차에 걸친 청문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가 자금조달, 사업계획 등의 매우 구체적인 부분까지 파고 들어감으로써 컨소시엄의 실체가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방송위원회가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한 손에는 채찍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당근을 드는 양동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어려운 난제를 해결해 냈다는 시각이다.
방송위가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모든 책임을 비협조적이었던 컨소시엄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렇게 될 경우 해당 컨소시엄이 RFP 심사에서 크게 불리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킨 것이 주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원 그랜드 컨소시엄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 나가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한국통신은 이번 CEO 면담에서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 경영과 소유의 분리라는 대원칙에는 동의했지만 방송위가 주장하는 경영과 소유의 분리가 상식적인 선의 소유와 분리의 개념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50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KDB의 의견을 통일하기 위해 KDB 대표를 선출키로 했으나 차일피일 시기를 미루고 있는 것도 앞으로의 논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KBS가 위성방송 컨소시엄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도 마지막까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KBS가 한국통신에 비해 결코 무게가 가볍지 않을 뿐 아니라 KDB 구성상 한국통신에 이어 2대 주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목소리를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DSM과 일진이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일단 방송위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키로 했으나 지분과 경영 문제에 있어서는 약간씩 다른 입장을 갖고 있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 인가도 남은 과제다.
방송위는 현재까지 3개 컨소시엄 주도업체 CEO와의 면담 내용을 극비로 하고 있다. 일이 완전히 성사되기 전에 내용이 새어 나갈 경우 뜻하지 않게 일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위 내부에서는 나 총장을 비롯해 고위층이 계속 3개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만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만약 어느 한 쪽에서라도 방송위의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할 경우 방송위는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다음 수순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RFP 심사로 사업자를 선정할 경우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심사기준을 다시 만드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국후 방송위 대변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항이 철저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잘 되고 있다는 점만큼은 확인해 줄 수 있다』며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작업이 예상외로 빠르게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방송위 관계자는 『만약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이 무산될 경우 방송위가 4차에 걸친 청문회 녹취록을 공개하게 될 것이고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RFP 심사를 하게 될 경우 당초 밝혔던 원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가이드 라인과 같은 맥락에서 심사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 가이드라인에 가장 근접한 업체가 선정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