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벤처산업 급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빠르게 성장해온 벤처컨설팅·마케팅·홍보대행 등 벤처 주변업계가 최근 벤처조정기가 장기화되면서 분위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벤처자금 경색으로 주 고객인 벤처기업들의 비즈니스가 차질을 빚으면서 전후방 주변업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벤처붐이 지난 1·4분기에 최고조에 달하는 과정에서 벤처지원업계가 난립됐으나 지난 4월께부터 벤처 주변시장이 위축돼 적정 수준의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후발업체들은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느 정도 인가=현재 벤처업계의 홍보·마케팅·컨설팅·인큐베이팅·헤드헌팅·기술이전·주식거래중개 등 벤처기업과 연계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주변업계는 6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대다수는 지난해와 올상반기에 창업했다.
이들 업체는 창업 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벤처붐이 고조되면서 지난 3월까지는 비즈니스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벤처산업이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수급균형에 차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신생·후발업체들의 경우 생존에 위협까지 느낄 정도라는 것이 벤처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얼마 전까지 홍보대행을 하던 회사의 경우 고객사가 2월까지 7∼8개에 달했으나 이제 1개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서울 서초 소재 한 벤처기업 마케팅팀장의 말이다. 이같은 상황은 마케팅이나 컨설팅쪽도 마찬가지여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선발업체를 제외하고는 기존 고객사 이탈과 신규 고객사 확보가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벤처 주변업체들이 이렇게 경영상의 애로를 겪는 것은 무엇보다 벤처기업들의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비용을 삭감, 당장 회사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홍보나 컨설팅 등 부대비용을 우선적으로 줄이기 때문이다.
강남지역 한 컨설팅업체의 이사는 『어려운 때일수록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늘 것 같지만 자금력이 달리는 벤처기업들은 당장 눈앞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쪽부터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객사가 코스닥에 등록할 경우 「대박」을 칠 것을 예상, 주 수익원인 현금 수수료 대신 주로 주식을 받은 것도 벤처조정기가 장기화되면서 유동성 문제를 야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들은 『올초만해도 많은 업체들이 컨설팅 요금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는 것을 선호했다』며 『이것이 이제는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파장은 무엇인가=일반적으로 이들 업체는 벤처산업을 지탱하는 인프라 중 하나다. 이들은 벤처붐 재조성과 벤처산업 육성에 필수불가결하며 부족한 것이 많은 벤처기업들의 손발이자 벤처신화의 숨은 주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무너진다면 벤처 인프라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벤처조정기를 거치면서 벤처거품이 거치고 옥석이 구분되듯이 벤처 주변업계도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한 시장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