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보화 교육

최근 2∼3년동안 각 대학들은 학생들의 정보화능력 제고를 위해 경쟁적으로 컴퓨터 관련 과목을 신설, 운영중이다.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실시되는 정보화교육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부산 지역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동아대는 「정보처리개론」을 개설, 신입생이 꼭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필수 2학점인 이 과목의 커리큘럼은 컴퓨터 운용체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를 비롯해 인터넷과 홈페이지 제작 등이다.

하지만 실제 수업내용은 커리큘럼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지난 학기 이 강의를 수강한 인문학부 99학번 J양은 『홈페이지 제작에 필요한 프로그램이 구비되지 않았다』며 『특히 홈페이지 제작내용을 수강한 학생은 강의가 개설된 이후 한명도 없었다고 들었다』고 실제 수업내용을 전했다.

또 인문학부 00학번 K양은 『수업진행 방식이 컴퓨터를 잘 다룰 줄 아는 학생들 위주로 진행된다』며 『프로그램 오류나 전산장애가 발생해도 학생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물론 파손된 컴퓨터가 몇주동안 방치되곤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이 수업내용과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몇몇 프로그램의 수요가 높지 않아 학교 전체 컴퓨터에 구축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동일한 「컴퓨터」 과목을 이수해도 소속 단과대별로 학점 산정에 차이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즉 인문대와 사회대는 학점으로 인정하고 공대에서는 무학점제 P(Pass)로 운영하는 것.

이 학교 생명시스템학부 00학번 K군은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 과목의 수업에 대한 교수와 학생들의 성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신입생은 입학과 동시에 두학기동안 1권의 책을 끝내지만 내용이 PC와 인터넷 기초에 집중돼 기초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경영학부 00학번 S양은 『내용이 지루한 것은 이해하더라도 반복되는 시스템 오류로 실습을 하지 못하고 눈으로만 보는 수업을 종종 경험한다』며 수업내용과 기초시설에 대한 불만을 동시에 제기했다.

부경대는 「실무전산」 과목을 3학점 교양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데 컴퓨터와 프로그램 관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수강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공과대 실습의 경우 강의시간마다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거나 한 컴퓨터를 두명 이상의 학생이 공유해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학교 산업공학과 00학번 C양은 『학교수업은 학점이수를 위해 수강하고 실제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은 PC방에서 해결한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학교보다 훨씬 좋은 시설을 갖춘 PC방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동서대는 컴퓨터 관련 강의를 대학 정책과목으로 채택, 12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동서대는 공과대학이 종합대학으로 승격, 무리한 인원증가와 학습구분 변경으로 인해 강의시간에 비해 컴퓨터의 수가 턱없이 모자란다.

강의에 늦게 들어온 학생은 어김없이 뒷자리에 서서 강의를 듣거나 다른 학생과 합석해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80여명에 이르러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강의가 진행되기 일쑤다.

또 강의시간에만 실습실을 개방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실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이같은 문제는 부산 지역 대학에 한정된 것이 아니더라도 정보화교육 내실화를 위해 충분한 기초기반 시설 구축과 실질적으로 정보화능력을 고양시킬 수 있는 수업내용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대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마련한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를 외면하고 사설학원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일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각 대학의 정보화교육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우후죽순처럼 학교 주변에 문을 연 PC방으로 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를 각 대학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점이다.

<명예기자=김남희·동아대 morning-bel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