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비방디 유니버셜-포스트 PC 테크노미디어의 새로운 강자

프랑스의 비방디와 그 산하의 유료 TV방송사인 카날플러스,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을 산하에 두고 있는 캐나다 시그램 등 3사가 합병키로 최종 합의했다.

합병이 완료되는 올해 말이면 이들 3사는 시가 1000억달러의 자본금을 갖추고 매출 550억달러에 30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거대 미디어업체 「비방디유니버설」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규모면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미국 아메리카온라인(AOL)-타임워너 합병과 비견된다.

비방디유니버설은 무선미디어, 양방향TV 등 포스트 PC분야 주도권을 겨냥, 인터액티브 콘텐츠 제공 등을 주된 사업으로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비방디는 이번 합병을 통해 영국 통신업체 보다폰과의 기존 합작 벤처인 「비자비」 및 다른 자산을 동원, 8000만명의 잠재고객을 보유한 거대 포털을 구축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포털에 영화, TV, 음악, 정보 등 자사와 유니버설의 콘텐츠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합병과 관련,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세계적 정보통신 전문 시장조사 및 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분석한 보고서를 소개한다.

△합병회사 비방디유니버설에 들어가는 각 회사 및 분야별 시장현황

·유니버설=세계시장 점유율 24%에 연간 매출규모 63억달러의 거대 음반회사.

·유니버설스튜디오=매출규모 34억달러의 세계 3대 영화사 중 하나.

·하바스(디지털출판부문)=세계 제2위 PC게임 관련 출판사인 동시에 교육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업계 2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매출은 두 부문 각각 5억달러.

·카날플러스=14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유료 TV방송사이며 디지털TV분야에서는 세계 3위의 점유율을 확보.

·비방디

1)인터넷 : AOL프랑스의 자사 지분을 통해 50만명의 인터넷 가입자를 보유, 2000년 하반기 무선 애플리케이션 프로토콜(WAP) 서비스에 이어 2001년에는 비자비 서비스를 위해 TV 세트톱박스 사업을 시작할 예정.

2)고정 텔레포니 : 프랑스에서 150만 회선 이상의 장거리전화서비스인 Le7을 제공중.

3)모바일 커뮤니케이션 : 프랑스에서 SFR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스페인, 아프리카에서도 다양한 국제사업을 전개중.

△합병 관련 분석

비방디의 핵심 전략은 콘텐츠 관리와 배급에 있다. 비방디는 유니버설의 자산을 구입할 때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작용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 및 구성요소 내에 이미 존재하는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유형의 미디어 합병은 다국적 원스톱 콘텐츠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야망에서 시작됐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방디유니버설은 출범부터 주요 오락 및 정보 콘텐츠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갖고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분야별 예상 사업전략이다.

·음반 : 단기적 관점에서 비방디유니버설의 초기 집중전략 핵심 부문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유니버설이 이 분야에서 이미 주도적 시장 입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방디유니버설은 좀 더 나은 음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방디유니버설은 사진, 비디오, 카탈로그 같은 새 가격모델을 이용해 온라인 음반사업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인터액티브 기술을 이용해 콘텐츠(아티스트)와 고객 사이의 관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음반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재고 및 반품 감소 등의 효과로 마진을 10∼25%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임 : 비방디유니버설은 유니버설의 자산과 특성을 이용, 게임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며 특히 하드웨어 영역으로 사업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영화 : 유니버설의 영화사업과 카날플러스의 유료 TV사업 사이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 관점으로는 온라인 영화의 다운로드 사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PC 인터넷 : 비자비가 양방향TV와 모바일폰 사용자 및 기존 PC 인터넷 시장에서 유니버설의 콘텐츠를 배급할 것으로 보인다.

△의견

비방디유니버설이 배급보다는 콘텐츠 부문에서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실제로 비방디유니버설이 인터넷 액세스 분야에서 관심을 보이는 대상은 AOL프랑스다. 비방디유니버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인터넷사업(온라인게임, 포털)은 주로 콘텐츠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PC 인터넷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의존도가 낮아 양방향TV 및 모바일 서비스로 이식될 수 있다.

사실 비방디유니버설 배급의 강점은 비PC사업에 있다. TV부문에서 비방디유니버설의 이러한 강점이 카날플러스를 발전시킬 것이다. 카날플러스의 디지털 서비스는 완전 양방향 및 인터넷TV 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통신 분야에서는 비방디유니버설과 보다폰에어터치의 합작 벤처가 무선 데이터시대에 주도적인 모바일 콘텐츠 포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AOL-타임워너와 달리 비방디유니버설은 비PC 인터액티브 서비스 분야에서 사업을 확립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방디유니버설은 포스트PC 세대를 위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강자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방디유니버설은 또 국제 DTH 위성사업자에도 참가할 것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비방디의 CEO 메시어는 뉴스코프의 스카이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가하는 안을 놓고 이미 협의하고 있다. 반면 AOL은 미국에서 다이렉트TV의 위성서비스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지만 AOL-타임워너의 강점은 케이블TV 시장에 있다. 따라서 케이블·위성분야는 이 두 회사 사이의 핵심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방디유니버설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안전한 온라인 콘텐츠 배급시장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어느 정도 제공할 것이지만 지금까지 어떤 기술도 막지 못한 해적판 문제와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확보가 선결과제다.

2000년대 초의 미디어 산업에 있어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소규모 회사는 실패한다는 것이다. 물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은 계속 살아남겠지만, 시장을 주도할 생각이라면 회사가 국제적 규모 및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AOL·타임워너의 합병이 제안된 직후, 경쟁사들도 앞다퉈 짝짓기를 통한 규모 늘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한편 비방디유니버설은 AOL-타임워너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의 규제당국으로부터 합병의 적법성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아마도 적지 않은 부분에서 AOL-타임워너 합병건에 대한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AOL-타임워너의 합병이 승인된다면 비방디유니버설의 탄생을 반대하는 측은 더 이상 합병을 거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클수록 좋은 시기에 있으며 주주들은 오늘날 미디어 대기업에 온라인 혁명의 다음 단계에 대비할 것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합병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순수입을 가져올지 여부는 오직 시간만이 말해 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음 몇가지를 예상할 수 있다.

·비방디유니버설은 포스트PC 환경에서 양방향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강점을 갖게 될 것이다.

·비방디유니버설은 인터액티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TV와 모바일 기기의 역할을 강화시켜 줄 것이다.

·규제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규제당국은 어떤 시장을 규제하고 고객 최우선의 이익을 위해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게 된다. 미디어 및 통신간에 연합·합병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디어 시장은 향후 10년에 걸쳐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에 의해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당국은 오늘날의 사업거래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이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명확한 전망을 해야 한다.

·케이블TV 및 위성산업에서도 합병은 계속 이어져 2, 3년 내로 2, 3개의 주요 다국적 회사만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은 기술제공업체(세트톱박스 제조업체)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고 업계내 합병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정리=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