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의 주력인 지름 200㎜(8인치) 웨이퍼의 뒤를 이을 차세대 웨이퍼인 300㎜(12인치) 웨이퍼의 공정시장이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지난 98년 일부 업체에서 300㎜ 웨이퍼 공정 관련 시험생산용 일관공정라인(fab)을 도입했다가 몇년동안의 불황으로 보류됐던 300㎜ 웨이퍼 공정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의 시황호전에 힘입어 올들어 다시 재개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7월 중순 미국에서 개최된 「세미콘웨스트 2000」 전시회에서는 300㎜ 웨이퍼 공정용 장비·재료가 대거 선보였다.
◇늘어나는 투자=300㎜ 웨이퍼는 생산과정에서 200㎜ 웨이퍼보다 30∼40% 정도 비용이 더 들지만 웨이퍼당 반도체 생산량이 2.5배 많다는 이점이 있다.
칩 생산량을 웨이퍼 직경별로 보면, 칩면적이 70㎟인 64MD램의 경우 150㎜는 222개, 200㎜는 404개, 300㎜는 959개다. 또 월산 2만장 규모의 라인을 기준으로 볼 때, 웨이퍼 대구경화로 20%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만장 규모의 300㎜ 라인은 4만5000장의 200㎜ 라인과 맞먹는다.
모처럼의 호황으로 생산량 확대가 급해진 반도체업체들은 칩 가공기술의 미세화와 함께 300㎜ 웨이퍼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IDC와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30개 안팎의 지역에서 300㎜ 웨이퍼의 라인 구축이 진행중이다. 대만이 9개 업체에 12곳으로 가장 많고, 미국은 4개사, 일본 3개사, 한국 2개사, 독일 1개사 등이 투자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메모리 분야 업체들의 경우 300㎜ 웨이퍼 공정에 대한 막대한 투자부담과 함께 아직 신뢰성이 입증되지 않은 공정설비 투자에 대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미국 인텔은 2002년께 양산을 목표로 애리조나주 챈들러 공장에 300㎜ 웨이퍼 생산라인 신공장을 신설중이다. 미국 모토로라는 독일 인피니온과 합작 건설한 300㎜ 웨이퍼 시험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업체들은 한국업체와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300㎜ 웨이퍼 양산에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TSMC는 2002년 중반 양산을 목표로 올 12월부터 300㎜ 웨이퍼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UMC는 일본 히타치와 내년 4월부터 월산 7000장 규모로 300㎜ 웨이퍼 양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반도체업체들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기흥 공장 연구동에 300㎜ 웨이퍼 시험 생산라인을 두고 장비 테스트만을 진행중이며, 현대전자는 미국의 세마테크와 300㎜ 웨이퍼 관련 기술개발에 주력하면서 아직 구체적인 투자 밑그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장비시장 현황=해외 시장조사업체인 인포메이션네트워크가 지난 상반기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세계 300㎜ 웨이퍼 장비시장 규모는 지난 99년보다 8배 증가한 8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호조는 지속돼 2001년에 연구개발과 시험생산을 위한 투자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2001년 말까지 7∼12개의 300㎜ 웨이퍼용 생산라인이 가동에 들어가고, 2002∼2003년에는 생산라인 수가 20∼3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는 300㎜ 웨이퍼가 2003년에 전체 웨이퍼시장의 5%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림1
아울러 데이터퀘스트는 300㎜ 웨이퍼 공정용 장비가 시장을 확보하는 데는 200㎜ 웨이퍼의 경우처럼 10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림2
시스템LSI 등은 칩 면적이 커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웨이퍼의 대구경화가 필요한 실정이나, D램은 칩 축소기술이 급진전되고 있어 300㎜ 웨이퍼의 라인 도입시기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게다가 300㎜ 웨이퍼 공장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기까지 가동 이후 적어도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서 메모리업체가 300㎜ 웨이퍼 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시점은 2003년 정도가 될 전망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