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장기비전 새판 짠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박호군)이 연구개발에 선택과 집중 원칙을 적용해 자신들이 갖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복합·융합 과제에 도전장을 냈다.

KIST는 이를 위해 1일 서울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산·학·연 전문가와 정·관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KIST 비전21 프로그램」 공청회를 열고 미래 신산업 창출의 근간이 되는 기초·선도연구에 주력하고 성과 위주의 단기·소형연구과제를 단계적으로 정비, 대형화하는 한편 대외개방형 연구를 통해 세계 일류수준의 독창적 기술혁신을 창출하는 국가차원의 핵심거점(focal point) 역할을 수행해 나가기로 했다.

KIST가 마련한 「KIST 비전21 프로그램」은 크게 △차세대 연료전지연구 △신개념 전자소자연구 △사이버 영상기술연구 △차세대 광컴퓨터연구 △화합물군-단백질체를 이용한 병원체 제어연구 △●세포 표면 당단백질 제어연구 등 6개 종합연구과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사업 후보과제들과 비슷하지만 나름대로 의욕적인 연구과제다. 힘들지만 국가장래를 위해서 종합연구소로서 당연히 해야 할 과제라는 게 KIST의 시각이다.

차세대 연료전지연구의 경우 △대형 운송수단의 동력원에 적합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연구 △저온(80℃)에서도 무공해 자가발전이 가능한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연구 △수소연료전지용 수소제조시스템(가솔린 개질기)연구 △휴대폰·노트북·개인휴대단말기(PDA)용 고출력 직접메탄올 연료전지(MDFC)연구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고밀도 수소에너지 저장시스템 연구 등 최첨단과제가 포함돼 있다.

또 신개념 전자소자연구에 있어서는 △전하-스핀 제어소자 설계 및 제조기술 연구 △전하-스핀 제어소자를 이용한 정보처리·저장 통합연구 △전자-스핀 제어소자의 물성측정 및 제어기구 연구가 추진된다.

사이버 영상기술로는 △가상공간 현실감 증대기술 △원하는 위치의 실사 영상획득용 이동형 로봇기술 △시각·청각·촉각·후각의 실감형 3차원 가상공간 생성기술이 연구되며 △사용자 얼굴의 인식 및 표정반응기술 △3차원 공간에서의 인간의 제스처 인식 및 반응 기술 △음성인식기술을 활용한 인터랙션 기술 △원격에서의 물체의 촉각 및 힘 반영 기술 등 3차원 가상공간과 새로운 인터랙션 방식 연구가 추진된다.

이와 함께 △광자연산 △광자메모리 △광자정보처리기술 △광자배선연구 등 광컴퓨터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비디오 영상회의 △3차원 디스플레이 등 현재보다 100배 이상 빠른 멀티미디어 실시간 처리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데스크톱 크기의 슈퍼컴퓨터 △1000배 규모의 정보저장장치의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화합물군-단백질체를 이용한 병원체 제어연구를 통해 내성 병원균을 제어할 수 있는 항생제 개발은 물론 미래에 출현할 병원성 박테리아에 대비한 항생물질을 확보하고 △당단백질 연구를 통해 각종 간염 및 독감 치료물질 개발을 비롯, 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는 시약과 예방 백신개발이 추진되는 한편 바이러스성 질환 치료제 및 신개념 약물전달체계(DDS) 기술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KIST는 이를 위해 정보통신·생명공학·신에너지 등 미래 주력기술분야의 해외고급과학두뇌를 적극 유치하는 등 연구인력을 확충하고 별도의 전담사업단을 구성, 정예 핵심연구원을 특정 공간에 집중 배치하는 한편 국내외 자문위원회 운영을 통해 기술개발 환경에 대한 정확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연구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궤도수정과 연구성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KIST는 특히 연구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해 산·학·연을 망라한 연구책임자 공개모집을 통해 프로그램별 세부과제의 기획에 산·학·연이 공동참여할 수 있도록 대외개방형 연구개발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저명 교포과학자를 핵심전략 연구사업의 공동연구책임자로 활용하는 새로운 차원의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같은 KIST의 의욕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구체적인 연구재원조달방안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특성화되고 있는 추세를 거스르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KIST는 이미 내년도 기관고유사업평가에서 「중복성과 연구개발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예산 삭감대상인 낮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특히 KIST가 국가 장래를 위해 추진하겠다는 연구프로젝트의 경우 예산을 쥐고 있는 정부측과 협의없이는 불가능한데다 아이디어 자체가 생명인 연구프로젝트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대외에 밝힌 것도 연구개발 보안이라는 측면에서 너무 의욕만 앞선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