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위기론」은 지나친 확대해석일 뿐이다. 지난 4월부터 코스닥침체로 인해 장기조정기로 홍역을 앓고 있는 현 벤처산업 위기설에 대한 재경부·정통부·중기청 등 벤처관련 주무부처의 입장은 한마디로 「위기설=과장」이라는 등식으로 압축된다.
아직 개발·생산·마케팅·매출 등 벤처업계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벤처캐피털 등 투자재원이 넉넉해 위기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얘기. 또 닷컴기업의 구조조정과 자금경색으로 벤처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일부 닷컴업체의 어려움을 전 벤처위기론으로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일치된 판단이다.
◇왜 직접 나섰나 = 정부가 이번에 벤처위기론 조기진화에 직접 나선 것은 최근 벤처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위기설이 날이 갈수록 증폭, 자칫하다가는 정말로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위기설의 증폭이 투자위축-개발·마케팅 차질-경영난-도산으로 이어져 우량 벤처기업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안병엽 정통부 장관이 변재일 실장과 함께 인터넷기업 간담회에서 업계의 애로를 직접 「경청」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닷컴기업에는 비록 심각하지는 않지만 「꼭 겪어야 할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는 한편 닷컴위기가 타업종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향후 정책방향 = 정부는 일단 최근 벤처업계가 심각한 위기는 아니더라도 자금경색 등으로 경영상의 애로점이 많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부의 벤처지원 정책방향은 벤처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인 지원책으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위기설로 몹시 위축된 벤처업계의 분위기를 추스리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전국대회」 개최시기를 당초 10월에서 9월로 앞당기는 한편 「중소·벤처포럼」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갖고 벤처기업인과의 간담회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그런가 하면 벤처 1세대 기업을 주축으로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온-오프라인 제휴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벤처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원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지원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벤처기업특별법을 개정, △스톡옵션 부여대상 이사회서 결정 △엔젤조합 투자실적 등록제 변경 △벤처기업 세계화지원단 구성 △한국벤처지원센터 설립(워싱턴) △M&A 활성화를 위한 스와핑 인정 △벤처활성화위원회 설치 등 다양한 지원책과 제도개선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의 과제 = 정부의 이번 벤처위기설에 대한 진화는 재경부·중기청 등 비교적 연관성이 높은 부처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간 정책적 협력에 한계를 보이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 현 벤처위기론을 종식시키고 벤처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범 정부차원의 정책적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벤처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금융권 구조조정의 조속한 매듭을 통한 금융시장의 안정도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권이 안정을 찾아야 벤처기업의 주 자금조달 시장인 코스닥과 벤처금융 시장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산업의 펀더멘털이 아무리 좋아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없이는 벤처 투자시장이나 비즈니스가 되살아나기 어렵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벤처인프라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