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즈니스 기반을 확보한 후 내년에 매출과 수익을 높여 2002년 3월께 코스닥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올초에 설립돼 최근 사이트를 오픈한 신생 인터넷벤처기업 A사 K사장의 얘기다. 벤처기업의 코스닥진출이 급증하면서 벤처업계에도 최초 주식상장, 즉 「IPO」가 주된 화두의 하나로 빠르게 떠올랐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란 기업이 외부투자자들에게 최초로 주식을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IPO를 통해 기업은 자금을 조달, 기업운영과 신규사업, 연구개발( R&D)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일반인들도 공모주 청약에 참여, 주식시장에서 짭짤한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
IPO가 벤처업계의 화두로 부상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5월 정부가 벤처육성을 위해 코스닥시장 부양책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코스닥을 벤처주식시장으로 특화한다는 방침 아래 업력(3년)제한 특례를 인정하는 등 파격적인 벤처기업의 등록기준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장외의 벤처기업들이 대거 코스닥에 진출했고 코스닥열풍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뒀다.
벤처기업들은 특히 코스닥바람이 불면서 일반인들의 공모주 청약붐이 일어 IPO 과정에서만도 엄청난 자금을 간단하게 확보했다. 여기에 IPO 전후에 대대적인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단순히 비즈니스만으로는 수십년이 걸려도 손에 쥐기 힘든 거금을 확보하는 기회를 잡게 됐다. IPO가 그야말로 벤처기업들의 희망으로 부상한 셈이다.
IPO가 용이해짐으로써 벤처캐피털 등 투자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벤처투자도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투자회수(exit)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 이는 또 엔젤붐으로 연결됐다. 신생 벤처기업이라 해도 2년 안팎에 IPO에 성공한다면 수십배에서 많게는 수백배의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IPO업무를 주관하는 주간증권사를 비롯해 적지 않은 관련기업들이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이같은 IPO열풍으로 인한 「IPO지상주의」는 코스닥열기가 식으면서 그동안 내재됐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IPO가 마치 벤처비즈니스의 최종 목표처럼 잘못 인식되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풍토가 조성돼 심각한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현상을 빚었다. 지나치게 조급하고 무리한 IPO 추진으로 투자가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하루아침에 거부대열에 올라선 벤처인들은 일종의 「자아도취」에 빠져 고유 비즈니스는 뒷전인 채 벤처투자 등 삐딱한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창투사 등 투자기관들은 신규 유망업체를 발굴하기보다는 IPO가 임박한 기업, 즉 가시권에 들어온 업체들을 찾는 데 주력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벤처인들이 IPO를 마치 종착역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IPO는 기업이 정상까지 오르는 데 있어 단지 1차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며 『벤처기업이나 벤처캐피털들도 IPO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정부도 궁극적으로 벤처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에 더욱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