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경영의 핵심요소인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에 대한 닷컴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량이 워낙 많고 정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지 못한 닷컴기업들은 CRM 구축에 그만큼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옥션을 비롯해 드림라인, 네띠앙, 팍스넷, 인츠닷컴 등 닷컴기업의 대표주자격인 이들 업체는 자사 수익성 모델을 찾고 원투원 마케팅을 통해 개인별로 특화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동안 CRM 도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 드림라인과 옥션의 경우 CRM의 기반 시스템인 데이터웨어하우징(DW)을 이달중 완료하고 개인화 솔루션을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관계자들은 『오프라인 기업과 달리 하루에 쌓이는 데이터 트랜잭션이 너무 많고 이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기업의 경우 하루에 축적되는 웹로그 데이터가 20GB에 달하는가 하면 요약 데이터만 하더라도 10GB를 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닷컴기업들은 이렇게 폭주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대부분이 3일 정도 지나면 로그 데이터를 버리고 있다.
결국 고객의 성향에 기반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CRM의 기본 성격과 달리 1주일 이상 축적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힘들 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할 형편이다. 웹로그 중에서 고객의 구매성향과 관련한 트랜잭션을 추출해 DW를 구축하는 데이터 가공시간만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프라인 기업에 비해 고객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ID나 이름과 같은 단순 데이터가 대부분이어서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잣대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경우 정보계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온 만큼 시스템적으로 고객 데이터가 통합돼 있고 정제돼 있지만 오프라인 기업에서는 이런 부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보시스템에 대한 콘셉트가 불명확하고 지금까지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미흡했던 점은 닷컴기업으로서 보완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닷컴기업 스스로가 CRM을 통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한 목표 설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투자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표를 정확하게 수립하고, 마인드를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업계 지적은 CRM 솔루션 도입만이 능사라는 인식이 관행화되고 있는 닷컴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