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지털 전쟁

인성디지탈 사업본부장 지형범 이사 zhb@isd.co.kr

정보가 가치를 만든다는 것을 믿는가.

금력·정치권력·무력·매력도 제각기 어느정도 힘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모든 힘을 돈으로 얼마인지 따져 보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버릇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모든 가치를 일정한 값으로 따져줄 수 있음으로 해서 쉽게 거래가 성립된다. 아파트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시세가 형성돼 있어 부동산치고는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 판다는 것은 참으로 가공스런 것일 수 있다. 콩팥·안구를 사고 판다든가, 인신 매매를 한다던가, 매수·청부살인같은 사회악이 만연한다는 것은 시장 경제의 추악한 모습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세계 제패를 부정할 사람이 더이상 있겠는가.

시장 경제는 결국 물건과 전문성의 교환을 원활하게 해줘 사회 전체의 효율을 높여 주는 것이다.

봉건 시대에서 자본주의 시대로 넘어갈 때, 토지를 과연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해 신구세력간 논란이 크게 일었다.

봉건 세력에겐 토지란 모름지기 전쟁을 통해서만 주인이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 전쟁이란 오로지 용기와 지도력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늠하는 신성하고 공정한 것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반면 장사는 물건을 헐 값으로 후려쳐서 싸게 산 다음 순진한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그렇게 만든 돈은 치사하고 불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런 돈으로 토지를 사고 판다는 것은 봉건 귀족에게 있어서는 신성한 가치에 대한 능욕이고 가치 혼란이었다.

지금 우리는 토지 매매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있어 시장은 봉건시대에 있어서의 전쟁터다. 이 전쟁에서 자금, 인원, 인지도, 협력사 네트워크 등 철저하게 관리해야 될 자원이 많다.

하지만 핵심적인 정보, 정보에 대한 정확한 분석, 정보가 체계화돼 지식이 되고 지식에 바탕을 둔 상상력 풍부하고 논리적인 정보 예측이 가장 중요하다.

인성디지탈이 속해 있는 소프트웨어 유통 업계도 어느 시장못지 않은 전쟁터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보력은 어느 수준에 있는 것일까. 직원과 조직의 정보 공유를 최대화하기 위해 모든 직원이 일일보고를 전자우편을 통해 관련된 모든 직원·관리자와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직원에게 개인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전자우편계정이 있어야 하고, 편집기를 써야 하고, 매일 전자우편을 읽는 습관이 배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어느정도는 정보 유출도 감수해야 하고 직원들에 대한 믿음도 있어야 한다. 정보를 지혜롭게 관리해줄 것이라고 믿어야 하고, 그런 인식과 습관을 훈련시켜야 한다.

근무시간에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업무를 태만히 하지 않나 감시하는 분위기라면 이미 디지털 혁명에 동승하기는 어려운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전쟁은 경쟁사를 적으로 하는 단선적인 것은 아니다. 산업 자본주의 가치에 대한 정보 가치의 우위를 확인하는 싸움이다. 이런 가치를 믿지 않는 보수적인 조직과 사람들을 설득해 정보화 경쟁 우위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설득되지 않는 조직이나 사람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믿고 정보통신 혁명의 가치를 담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알리고 제대로 쓰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전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