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비즈니스에서 전략적 제휴는 이미 오래전부터 화두였다. 그러나 그동안의 제휴는 사실상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의 성격이 강했다.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수단으로 악용된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동안의 수많은 제휴가 모양새에 걸맞은 알맹이를 갖췄다면 닷컴산업이 위기를 비켜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최근 업체간 제휴가 과거와 다른 점은 고객위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고객보다는 업체간 이해관계가 우선이었다.
뭉치는 바람은 솔루션업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솔루션이 아무래도 콘텐츠보다는 시너지효과에 직효를 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머천트솔루션업체인 이네트는 최근 XML업체인 K4M과 손잡았다. 머천트와 웹 전자문서교환(EDI) 기술을 합치기 위해서다. 고객의 입장에서 머천트솔루션 따로, 이와 연동되는 웹 EDI 따로 구축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이네트는 머천트분야에서 XML분야로 영역을 넓힐 수 있고 고객편의까지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데이터시스템(GDS)도 고객관계관리(CRM), EIP, 데이터웨어하우스, CTI, 메시징기술, 웹에이전트기술, 검색기술, 데이터베이스, 전자지불 등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술 외에 SCM, ERP, PDM, CITIS, 정보보호 등 관련 기술을 아웃소싱해 통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편리한 원스톱 솔루션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특히 원스톱 시스템통합은 점차 온라인 프로그램임대(ASP) 사업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넥스존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삼성SDS·한솔텔레컴 등 국내 주요 IT기업과 하나은행 등 10개사의 서비스를 통합해 중견·중소기업들에 ASP형태로 제공하는 기업포털을 오픈했다. 이 기업포털은 기업업무용 그룹웨어와 지식관리시스템 및 업무편의 서비스는 물론 e비즈니스 솔루션과 각종 교육, 자금지원 및 대금결제까지 통합 제공된다.
기업포털이 시사하는 점은 통합바람이 솔루션에만 그치지 않고 금융지원이나 콘텐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보다 더 정교하고 복잡한 통합도 있다.
하나비·한국정보통신·씨큐어넷·케이사인·프라이즈텍 등 5개사는 사이버비즈니스클럽을 결성해 솔루션통합과 공동마케팅에 나섰다. 사이버비즈니스클럽의 모델은 프라이즈텍의 머천트솔루션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정보통신의 전자지불시스템, 씨큐어넷의 보안솔루션, 케이사인의 전자인증시스템을 통합하고 하나비가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특히 하나비는 전자상거래 구축기획에서부터 컨설팅 및 교육은 물론 고객이 원할 경우 쇼핑몰 운영과 광고·마케팅까지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솔루션과 콘텐츠의 결합이 이뤄지고 있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닷컴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와 운영노하우가 각종 솔루션과 통합돼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제공될 경우 상품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닷컴업체들은 앞으로 포털을 지향하면서 한편으로는 콘텐츠와 모델 및 운영노하우를 솔루션과 통합해 오프라인 기업들로부터 상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프라인상의 구인구직정보 전문업체인 리크루트와 온라인 취업정보 전문사이트인 테라휴먼피아가 합병한 것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국내 최초의 온오프라인간 통합으로 기록된다. 많은 이용자들과 콘텐츠, 그리고 온라인의 속성과 운영방식을 잘 아는 닷컴업체와 상거래 및 수익기반을 가진 오프라인업체간 통합은 인터넷비즈니스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