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등록한 후 정신차릴 틈이 없었습니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제 전공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한아시스템(http : //www.hanasys.co.kr) 신동주 사장(42)은 최근 명함을 다시 만들었다. 프레지던트(사장)에서 파운더(설립자) 및 최고기술경영자(CTO)로 바꾸고 지난달 연구소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한아시스템이 변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매출부담 때문에 자체 장비개발보다는 보다 매출을 손쉽게 올릴 수 있는 해외장비 판매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는 것이 신 사장의 고백이다. 그러나 장비개발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정된 개발인력으로 신뢰성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려다보니 출시시기가 늦춰졌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신 사장은 본래 LG전자에서 컴퓨터를 개발했던 엔지니어 출신이다. 따라서 한아시스템에서 개발한 대다수 제품은 신 사장의 손을 거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까지 영업에 치중해왔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한참 영업을 하다보니 이건 내 전공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어느 정도 영업기반이 구축됐기 때문에 안심하고 연구소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한아시스템은 최근 2건의 해외 투자를 집행했다. 하나는 기가비트 라우터 관련 스위칭 칩 업체인 미국의 얼랑테크에 2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만의 주문형 반도체(ASIC) 업체인 에이탄사에 6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매입한 것. 얼랑테크와는 차세대 라우터 제품에 들어가는 스위칭 칩을 개발할 예정이며 에이탄사와는 스위치에 들어가는 저가칩을 개발, 자사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얼랑테크에는 자사의 연구원을 장기 파견, 연말로 예정돼 있는 다소 무리한(?) 개발일정을 사수키로 했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시스코시스템스라는 초대형 네트워크장비업체를 제치고 소형 라우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해 주목받았던 한아시스템. 신 사장의 이전 독기가 재현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