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별」로 2000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인화(34·이화여대 국문학 교수)가 최근 골드북닷컴(대표 손탁희 http://www.goldbook.com)을 통해 전자책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자책 출간은 기성작가의 전자책 출간이라는 측면과 종이책을 배제한 채 전자책만으로 출간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인화 교수는 『순수문학이 인터넷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의 구성과 내용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실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자책 출판의 동기를 밝혔다.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소설은 인터넷에 익숙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새롭게 변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개인의 내면탐구를 위주로 한 순수문학은 영상텍스트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에게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에 작가는 문장의 묘사에서부터 스토리 구성에까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변화들을 소설 속에 용해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전자책이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한 답은 분명치 않다』며 『미국의 유명작가 스티븐 킹이 전자책 출간을 통해 보여준 시도는 주로 장르적인 측면으로 스릴러, 호러, SF, 추리 등 이야기성이 강한 것이 전자책에 더 어울릴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려인(麗人)」은 2002년 월드컵 기념 뮤직컬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뮤지컬로 표현될 수 있는 영상적이고 역동적인 모티브들을 소설속에 가미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압박을 받았다』며 『특히 이상문학상을 받고서 그 상의 무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시점에서 씌어진 소설이어서 아주 난산을 겪었다』고 집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려인」은 원고지 250쪽 분량의 중편소설로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몽골 침략군 대장과 고려 여인의 운명적 사랑을 그리고 있는 역사소설이다.
이번 작품에 대해 이 교수는 『고려 말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이 있다면 가치관의 혼란』이라며 『가치의 아노미 상태에서 인생의 테마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들의 모습에서 허무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단서를 찾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자책이 출판계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출판계에는 작가와 출판사들이 저작권과 인세 문제와 관련해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전자책 시장은 아직 과도기로 출판사가 독자적 역할을 찾지 못해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진 것 같다』며 『출판사들이 전자책과 관련된 독자적 마케팅 기법과 편집기술을 개발해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할 때 전자책의 상용화가 앞당겨질 것이며 시장이 확대되면 작가와 출판사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교수는 현재 「사경진(가제)」이라는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9월중 인터넷 서비스업체를 통해 또 다시 전자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이 교수는 『전자책에 대한 나름의 모색을 위해서도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접목한 전자책을 지속적으로 출간해 전자책의 상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한 이인화 교수의 「려인」은 골드북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