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증시 폭락은 그동안 지속돼온 지수 주요 종목의 외국인 매도세와 현대문제에 따른 국내 수급여건 악화가 만나면서 발생했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로 지난달 29일 이후 상승 무드를 탔던 증시가 현대문제가 악화되면서 수급 상황이 폭풍우를 만나게 된 것이다.
◇원인=박효진 신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하락의 원인으로 「외국인 매도물량을 받아줄 수 있는 국내 매수세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통신관련 산업의 성장성에 의심이 제기되면서 외국인들은 국내 통신 및 반도체 종목을 내다 팔았다. 한때 59%에 이르렀던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도 현재 55%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수 주요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대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지난주 외국인 매도물량을 소화했던 개인투자자들도 장을 떠나고 있다. 7일 주식시장은 거래량 2억1600만주, 거래대금 1조2700억원 등으로 올들어 최저수준의 거래규모를 기록했다.
◇현대문제의 의미=국내 매수세력이 이처럼 급속도로 위축된 것은 이번 현대사태가 갖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문제는 지난 5월 현대투신 문제가 깔끔하게 이뤄지지 않는 데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현대그룹의 조치를 믿지 않게 됐다. 게다가 개각 등으로 인해 현대문제 해결이 9일 이후로 미뤄지자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태도도 문제=현대문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여인택 서울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 5월 현대문제 때도 현대그룹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이번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현대계열사를 시장 논리에 맡긴다고 말해 투자심리를 급랭시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부도 등의 위기를 맞게 되면 드러나지 않은 악성부채 등으로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망=세계증시동향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는 국내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증시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현대문제 해결이 현 증시타개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김창권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현대문제 해결 방향에 따라 증시는 급등할 수도, 급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경제팀과 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수요일까지는 장세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이며 수요일 이후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실망매물이 출현해 증시 하락세에 속도를 더하게 될 것』으로 내다 봤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