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모니터가 「죽의 장막」인 중국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최근 국내 IT업계가 폐쇄적인 무역보호정책과 판이한 유통체계 등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모니터 업체는 올 상반기 175만대로 추정되는 중국시장에서 78만대를 공급, 시장점유율 40%대를 넘어서는 등 중국내에서 확고한 아성을 굳히고 있다.
국산모니터는 그동안 중국시장에서의 비중이 20∼30%대에 머물렀으나 40%대에 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자릿수에 불과한 필립스·소니 등 외국업체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두자릿수로 벌어지게 됐다. 물량면에서도 지난해 총 55만대 수준에서 올해 147만대로 늘어나 3배 가까운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국산모니터의 이같은 성과는 국내업체들이 품질경쟁력 확보, 제휴처 모색, 현지생산법인 설립 및 생산시설 확충, 유통망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다 스포츠·스타 마케팅을 구사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올 들어 필립스, 소니 등을 제치고 품질 및 소비자만족도 1위 업체(중국 신식사업부 산하 ccid 주관 조사결과)로 선정되는가 하면 안재욱과 연결한 스타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현지 브랜드이미지 제고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중국내 1위 업체의 아성을 굳히고 있다.
올 상반기에 49만대의 모니터를 공급해 지난해 총 공급물량(43만대)을 넘어선 삼성전자는 그 여세를 몰아 올해 총 판매목표를 당초 70만대에서 100만대로 크게 늘려잡았으며 올해 350만대로 추정되는 중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0%대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중국에 투자해 설립한 현지법인인 LG전자유한공사(대표 노용악)에서 15인치와 17인치 모니터에 이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모니터 생산을 추진하면서 중국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베이징·상하이·광저우·청두 등 중국 주요 4대 도시를 돌며 자사 평면모니터 현지브랜드인 「미래창」배 길거리 농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현지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총 21만대를 공급한 LG전자는 이를 통해 올해 총 48만대를 공급, 시장점유율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에 한달에 2000∼3000대를 수출했던 현대전자(대표 박종섭)는 올해초 중국에 현지 생산법인 설립을 계기로 직접 수출을 전개한 결과 월 수출물량이 7000∼8000대 규모로 크게 늘어났다.
현대전자는 이달말 모니터 부문 분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현지마케팅을 적극적으로 구사해 올해 총 10만대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수출이 거의 전무했던 한솔전자(대표 전대진)는 지난달 중국내 2위 컴퓨터업체인 장성그룹과 전략적 제휴을 체결하고 다음달부터 공동브랜드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중국 현지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니터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IT산업은 아시아에서 성장성이 가장 높지만 폐쇄적인 사회와 판이한 시장구조 등으로 국내업계를 포함한 외국업체들의 성공사례가 극히 드물다』며 『이 가운데 국산모니터는 국내업체들의 현지화 시장전략과 품질경쟁력 확보에 힘입어 대표적인 성공품목이 됐다』고 밝혔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