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 김헌준
전세계 애니메이션은 미국과 일본을 양대 축으로 하는 산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세계의 이목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미국과 TV 애니메이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으로 향해 있다. 이들 두 나라의 움직임에 따라 애니메이션 산업의 판도가 바뀔 정도로 양국의 확고한 위상은 가히 위력적이다. 최근 일본은 「아키라」를 필두로 「월령공주」나 「포켓몬스터」 같은 자국 특유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가 하면 미국 역시 TV나 비디오 애니메이션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월트디즈니사와 일본의 지브리스튜디오의 연합적 제휴나 포켓몬의 사업권을 워너브러더스사가 담당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은 전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을 양국 구도 아래 두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애니메이션이 문화산업의 꽃으로 성장해오기까지는 미국이 할리우드 영화사를 전초기지로 세계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온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애니메이션은 제임스 스튜어트 블랙턴의 작품을 거점으로 서서히 도약하면서 1930년대 월트디즈니에 의해 기술적, 산업적 완성을 이루게 된다. 당시 디즈니사가 제작한 작품 형식과 내용을 근간으로 세계 애니메이션은 지금까지 발전해온 셈이다. 월트디즈니는 60년대에서 80년대 초반까지 흥행의 고배를 마시면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침체를 맞기도 하지만 89년 「인어공주」를 시발로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제2의 황금기를 맞는다. 그들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토이스토리」와 「다이너소어」 같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통적인 2차원 애니메이션 분야는 물론 3차원 디지털 애니메이션 산업의 권좌에까지 앉으려는 계획이다. 여기에 워너브러더스와 드림웍스의 추격이 미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구조를 긴장시키고 있다.
반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데츠카 오사무의 「아톰」을 필두로 전세계 TV용 애니메이션 시장을 석권하면서 애니메이션 산업의 총아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초기 내수용으로 제작되었던 일본 애니메이션은 커다란 눈의 독특한 캐릭터와, 신선한 스토리라인, 자극적인 색상 사용 등으로 그들의 애니메이션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위치를 확고히 다져간다. 제작비의 문제로 적은 동화매수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야 하는 환경을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기법을 잘 활용해 뛰어난 연출력과 적절한 시간 관리능력으로 「아니메」라는 일본 특유의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시장을 공략중이다. 아울러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나 「에반겔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같은 신세대 걸출한 인물들의 포진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은 더욱 강건해지고 있다. 지난해 겨울 미국시장을 강타한 포켓몬스터의 전미 박스오피스 1위의 흥행 열풍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잠재력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당분간 미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거대한 자본력과 뛰어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세계 애니메이션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 성공에 고무된 일본으로서는 꾸준히 도전장을 제시하면서 나름대로의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미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동상이몽의 상업적 발전을 꾀하면서 각국의 꾸준한 개발과 새로운 작품에 대한 참신한 도전을 계속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도 미국과 일본의 해외시장 확대전략과 양국의 산업동향을 주목하면서 본격적인 국제화에 대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