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인터넷PC가 어디로 가는가.
대기업들의 저가공세와 경기불황으로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인터넷PC 퇴조론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현황 =인터넷PC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후 연말까지 2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총 14만4500대가 판매됐다. 당시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로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올 들어선 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올 들어 6월말까지 판매량은 26만4800여대에 그쳤다.
관계 기관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업체별 판매수량면에선 현대멀티캡이 7만5800여대를 판매해 28.6%를 점유했으며 최근 부도가 난 세진컴퓨터랜드가 5만4900여대를 판매해 20.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그뒤를 따랐다. 컴마을과 주연테크가 각각 3만7500여대와 2만2800여대를 판매해 14.1%와 8.6%의 점유율을 보였으며 성일컴퓨텍(1만9500대), 아이돔(1만3300대), 멀티패밀리정보산업(1만500대), PC뱅크앤닷컴(1만대)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용산조합과 세지전자는 각각 8000여대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해 연말의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왜 밀리나 =인터넷PC가 이처럼 저조한 것은 크게 경기불황과 대형 메이커들의 저가 PC출시에서 비롯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상황과 PC판매는 같은 곡선을 그린다. 즉, 경기가 좋아지면 PC판매량이 늘어나고 반대현상이 벌어지면 PC판매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특히 정부가 도시 저소득층과 농어촌의 정보화촉진을 위해 추진된 인터넷PC는 경기상황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연초부터 시작된 경기불안이 현대사태를 맞아 경기침체현상이 벌어지고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인터넷PC구매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업체간 PC판매도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보이면서 특정업체는 그런대로 사업을 영위하고 그렇지 못한 업체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세진컴퓨터랜드가 부도를 낸 것이나 일부 업체들이 인터넷PC사업을 점차 축소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러한 문제 못지 않게 결정적인 문제는 주요 PC업체들의 저가 PC출시다. 이것이 인터넷PC의 경쟁력이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삼보컴퓨터, LGIBM, 대우통신, 컴팩컴퓨터 등 주요 컴퓨터업체들은 인터넷PC와 비슷한 사양과 가격(100만원 이하)을 갖춘 초저가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인터넷PC업체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삼보컴퓨터의 경우 15인치 모니터를 포함해 100만원 이하의 패키지 상품(드림시스 기종)을 개발해 선보였으며 LGIBM은 셀러론 533㎒급 데스크톱컴퓨터와 15인치 모니터를 포함한 패키지상품을 99만9000원으로 책정함으로써 인터넷PC에 맞춘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대우통신도 이에 뒤질세라 100만원 이하의 펜티엄Ⅲ급 제품인 「큐리엄CT6640-K70M」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 제품은 인텔 펜티엄Ⅲ 700㎒ 중앙처리장치(CPU), 64MB, 50배속 CD롬드라이브, 20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의 최신 사양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17인치를 포함할 경우 가격이 127만원에 불과해 오히려 인터넷PC보다 5만원이 저렴하다.
외국업체로 컴팩코리아도 홈PC시장을 겨냥해 15인치 모니터를 포함해 가격이 99만원인 초저가 PC(모델명 데스크프로 SB)를 내놓았다. 컴팩코리아가 자가브랜드로 선보인 「데스크프로 SB」는 인텔 셀러론 500㎒ CPU를 비롯해 64MB 기본메모리, 8.4GB HDD, 48배속 CD롬드라이브 등의 사양을 갖추고 있다.
◇전망 =수요 부진과 대기업들의 저가PC출시에 맞춰 인터넷PC업체들의 공방도 만만찮다. 인터넷PC협회가 앞장서 정보통신부에 업체 재선정 등을 요구하고 이미지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인터넷PC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만한 묘안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인터넷PC 업체들의 입지약화를 최소화하는 방안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듯하다. 인터넷PC업체간 공동마케팅 등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