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2000 핵심테마 집중진단>15회-바이오텍

정보기술(IT) 분야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벤처산업은 아직까지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현재 코스닥등록 493개 기업 중(뮤추얼펀드 제외) IT 관련업체가 230여개로 50%에 육박한다. 한국정보통신을 시작으로 골드뱅크-새롬-다음-네오위즈로 이어지는 코스닥 황제주의 계보가 대부분 IT종목이다.

그러나 국내 벤처산업의 IT 편중현상은 무분별한 창업을 유도하고 벤처기업의 과대평가를 조장함으로써 「벤처거품론」으로 귀결됐고 결국 최근의 벤처위기론으로까지 비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IT 관련 벤처비즈니스의 명암이 교차하면서 「포스트 IT」의 대표주자로 등장한 것이 바로 「바이오텍」(Bio-Technology), 즉 생명과학 관련 벤처비즈니스다.

바이오붐은 지난해 말부터 벤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시작됐다. 첨단 IT종목에 이어 바이오 관련기업들이 나스닥시장에서 각광받고 벤처캐피털 등 투자기관이 바이오투자를 대폭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바이오붐이 급속히 퍼졌다.

특히 지난 2월 코스닥에 등록, 2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돌풍을 몰고왔던 마크로젠의 등장은 국내에 바이오 바람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마크로젠의 성공은 「바이오텍도 잘 만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에 따라 전국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바이오벤처 창업 붐이 일었다.

올들어 대학의 생물학 등 바이오 관련 교수를 중심으로 창업이 본격화된 바이오벤처기업은 현재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바이오벤처 붐이 일면서 바이오 전문 벤처컨설팅업체를 비롯한 바이오정보서비스업체와 인큐베이팅업체 등 관련업체만도 수십개가 출범했다. 최근에는 한국바이오벤처협회까지 발족됐다.

바이오벤처붐은 자연스럽게 바이오벤처투자 붐으로 이어져 창투사·신기술금융사 등 벤처캐피털들도 바이오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바이오 전문 창투사까지 출현했다. 또 현대기술투자·우리기술투자·무한기술투자 등 그동안 IT투자에 집중했던 주요 창투사들은 잇따라 바이오 전문 벤처펀드를 결성, 경쟁적으로 바이오벤처기업의 사냥에 나섰다.

LG·SK·현대·두산·대상 등 대기업들도 직접적인 바이오투자와 함께 바이오 전문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등으로 바이오투자 붐을 더욱 부추겼다. 그런가 하면 녹십자 등 제약회사를 비롯해 풀무원같은 전문업체들은 벤처캐피털을 설립하는 등 직간접적인 바이오벤처의 발굴·투자에 빠르게 관심을 돌렸다.

그러나 이같은 갑작스런 바이오벤처 붐은 과열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닷컴기업」을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투자를 선도하다 최근 바이오펀드를 결성한 우리기술투자 곽성신 사장은 『최근 바이오벤처의 열기를 보고 있으면 꼭 닷컴기업이 겪었던 상황을 다시 보는 것 같다』며 『IT와 바이오는 국내 산업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가 IT 못지않게 「대박」이 가능한 유망 벤처비즈니스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바이오 관련 시장·인력·기술 등 인프라가 매우 취약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이오벤처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