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KEC 사장(56)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넷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일부 임원들은 「이제 우리 회사도 다른 기업처럼 인터넷이나 디지털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며 독자적인 사업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심각히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벤처기업 가운데 KEC가 투자할 만한 기업들은 거의 없었다. 주력인 반도체와 핵심부품 사업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충환 사장은 이제 이러한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디지털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기업 경영에 아주 쓸모가 많습니다. 우리 제품이 지금 얼마만큼 고객에게 다가가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해 고객서비스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충환 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체제를 몇년전에도 갖추지 못했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관련 시스템을 갖춰 놓지 못한 데다 조직과 운영방식도 그만큼 뒤따라주지 못한 탓이다.
김 사장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본격 구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은 인터넷을 제대로 기업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3년이라는 비교적 오랜시일에 걸쳐 시스템을 구축한 것에 대해 김 사장은 『이것도 빠른 편』이라며 『단순히 시스템만 구축하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인터넷에 기반한 네트워크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은 아니라고 본다.
『기업 활동의 안정성이라는 게 결국 고객과의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짜놓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20년 넘게 거래한 외국의 대형업체가 있으나 한두 업체에 대한 거래에만 의존했다가 자칫 그 선이 끊어지면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다양한 거래선을 촘촘하면서도 강력하게 묶는 네트워크의 구축이 절실합니다. 인터넷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김 사장은 기업에서 인터넷의 유용성을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바라본다. 하나는 전자조달이며 다른 하나는 e마켓플레이스다.
전자조달의 경우 거래선과의 정보시스템 연결을 통해 정확한 납기를 약속해줘 신뢰성을 쌓을 수 있으며 또 협력선으로부터 관련 부품 소재를 적절히 공급받아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e마켓플레이스는 한정된 고객을 넘어 판로를 크게 넓혀가 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김충환 사장이 보기에 국내 기업들은 두 측면 모두 미흡하다.
관련 시스템의 구축이 미진한 것도 이유이나 근본적으로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김충환 사장은 우선 전자조달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며 아직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적합한 e마켓플레이스가 나오면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최근 중소기업을 비롯해 많은 국내 기업의 경영자들이 인터넷경영 환경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이에 대해 김충환 사장은 『시작도 하기전에 막연히 불안해 하면 자칫 엉뚱한 길로 갈 수 있다』면서 『고객사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급한 일부터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