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의 독서산책>잭 웰치의가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잭 웰치가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한국능률협회 엮음

모든 조직(기업)에는 네가지 타입의 경영자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목표달성도 하면서 가치관도 갖고 있는 경영자다. 이런 경영자를 어떻게 대우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승진을 시키면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가치관도 없고 목표달성도 못하는 경영자다. 이 또한 간단하다. 즉각 해고하면 된다. 세번째는 가치관도 있고 부단하게 노력도 하지만 한두번 정도는 목표달성을 못하는 경영자다. 이런 경영자에게는 두세번의 기회를 더 줘야 한다. 조직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네번째 타입의 경영자다. 이들은 그러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달성을 하는 스타일이다. 부하직원을 항상 혹독하게 다스리지만 부하들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이런 경영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조직전체가 진취적으로 발전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조직에서 가치관이란 무엇인가. 세계 최고의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에는 경영과정에 적용되는 몇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기업은 학습조직이어야 한다」는 모토다. 조직이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그것을 빠르게 전체에 전파시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은 곧 기업의 경쟁우위를 판가름하는 요소다. 원래 모토로라가 제창했던 「6시그마」 품질운동을 GE가 학습조직을 통해 완벽하게 자기의 것으로 만든 것은 좋은 예다.

경영자의 가치관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같은 학습과정에서다. GE는 81년 잭 웰치 회장이 취임한 이래 세가지의 가치관을 통해 일관되게 학습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 첫번째 가치관은 「벽없는 조직(boundaryless organization)」이라는 것이다. 가령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의 직책이 이사든 부사장이든, 외부에 있든 내부에 있든 별로 중요치가 않다. 계급이 아이디어의 품질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며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든 누구에게서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가치관은 「속도(speed)」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 이 프로젝트를 위해 꼭 3개월만 더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일을 추진하는 스피드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번째 가치관은 꿈같은 목표확장, 즉 「스트레치(stretch)」다. 고객도 경쟁자도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세워지는 예산은 가장 어리석은 경영수단이 아닐 수 없다. 예산이란 가능한 범위에서 세워지는 것이므로 목표설정은 최소치가 될 수밖에 없으며 조직의 목표 역시 가능하면 조금만 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버리게 된다. 스트레치란 처음부터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정하고 여기에 도전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가치관을 갖지 않은 고위경영진에 대한 잭 웰치 회장의 조치는 매우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87년 그는 연간 50억∼100억달러 규모의 사업부를 경영하던 6명의 사장을 한꺼번에 내보낸 적이 있다. 600여명의 GE 임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개개인은 모두 자신감에 차있고 좋은 사람들이며 또 많은 실적을 올린 경영자입니다. 하지만 GE에는 맞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개방하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스트레치를 하는 대신 항상 목표를 가지고(예산을 세우고) 협상하는 타입이었습니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