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김인수 감독의 「해변으로 가다」

B급 공포영화를 보는 가벼운 즐거움. 신인들이 모여 만든 「해변으로 가다」는 여름을 겨냥한 전형적인 기획 공포영화다. 최근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영화사들의 메인 메뉴는 단연 공포로 흘렀다. 그 중 「해변으로 가다」는 공포영화의 공식을 가장 충실히 따르면서 「스크림」의 흥행신화를 좇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의 모든 요소들을 공포와 그로 인한 카타르시스에 집중시킨다」는 기획의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해변으로 가다」를 「새로운 영화」는 아니지만 「볼 거리가 있는 영화」로 만드는 부분이다.

「해변으로 가다」는 공포영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던 「여고괴담」류의 공포에서 한층 더 현실적인 끔찍함에 포커스를 둔다. 잔인한 장면의 과다 사용을 절제하며 분위기로 공포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던 「간접적 화법」에서 벗어나 신인 김인수 감독은 신세대의 감각을 보다 「직접적 화법」으로 수용해 낸다. 바로 곁에 붙어서 자신을 지켜보는 살인자, 칼과 가위, 도끼 등 신체를 가학하는 도구의 잔인한 사용법의 시각적 노출은 청각적인 요소들과 결합되어 한층 고통스러운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텔미썸딩」 특수효과팀이 이루어낸 기술적 부분은 영화 내에서 효과적으로 시각적 공포의 창출을 이루었다.

PC통신 「바다사랑 동호회」를 통해 서로를 익명으로만 알고 있던 남경, 상태, 유나, 재승, 영우, 도연, 정민은 해변으로 향한다. 바다와 별장이 주는 설레임과 호기심 속에서 젊은 그들은 서로를 탐색해 간다. 유나와 정민이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숲 속으로 사라진 후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동호회 회원들은 둘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본능적으로 죽음의 위협을 느낀다. 잠시 후 별장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샌드 맨」으로부터 살인을 예고하는 메일이 한통씩 도착하고 회원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추적해 간다. 같은 동호회원으로서 악명 높은 행각들로 인해 영구 제명되었던 「샌드 맨」이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그러는 가운데 재승에게로 심증의 화살이 쏠린다. 하지만 시체가 되어버린 재승의 사진이 메일과 함께 도착하면서 또 다른 악몽이 시작된다.

범인의 상황을 뒤집는 몇 번의 반전, 살인마와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며 살아남는 여주인공에게서 속편을 기대케 하는 엔딩에 이르기까지, 「해변으로 가다」는 익숙하게 보아왔던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공식을 저버리지 않는다. 바다와 별장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신인으로 구성된 출연진은 기획영화로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해 나가는 제작사의 자신만만함이 읽혀지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