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 전문업체인 (주)212의 은병수 사장(41)은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신규 생활용품 브랜드 「SSOM」의 런칭 작업이 막바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청담동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일반인에게 정식 공개되는 신규 브랜드 SSOM은 한국 전통의 문양과 색상 및 소재 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한 생활용품 60여종을 주무기로,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한국의 미를 알리는 대장정에 나설 계획이다.
은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산업디자인계의 간판스타. 지난 89년 산업디자인만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디자인 회사 212디자인을 창업한 이래 모토로라 호출기, 대전 엑스포 자기부상열차, 만도위니아 에어컨, 피에르가르뎅 화장품 케이스 등 한국의 산업디자인계를 주름잡은 수많은 히트작을 양산한 주인공이다. 때문에 그의 이번 신규 브랜드 런칭작업에 거는 산업디자인계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당사자는 오히려 담담한 기색이다. IMF 이후 2년을 시체말로 잠수(?)하며 지내는 동안 전국 방방곡곡의 박물관과 사찰 등을 돌며 아이템 발굴에 골몰한 탓일까. 급할 것 하나도 없다는 얼굴이다.
『모든 디자인 회사들이 꿈으로만 간직해 왔던 걸 처음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인 만큼 관심이 큰 건 당연합니다. 수년전부터 준비해온 작업인 만큼 주주들과 업계의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실 은 사장의 호언장담이 신뢰를 갖게 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그의 작업방식에 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하려 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212가, 제조는 전문제조업자 및 전통기술보유자에게 맡겼다. 보관함은 자개공예가에게, 조명등은 죽공예가에게, 자기는 도자기전문가에게 맡기는 식이다.
양보다 질을 추구해 희소가치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보급형 제품도 유명브랜드에 제조를 의뢰해 품질고급화를 꾀할 생각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에는 광고대행사 오리콤 출신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 국내 주요지점 매장 설립과 해외 진출 추진을 주도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상용차 디자인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는 한국종합예술학교 김성룡 교수도 자문교수로 참여시켰다.
지난 3월 인터넷을 통해 10억원 규모의 주식공모를 감행한 것도 SSOM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후문이다. 은 사장은 212와 같은 배를 탄 주주들의 의견을 수용해 지난달에 벤처기업 등록을 마쳤고 내년 하반기에는 코스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매출목표를 올해 16억, 내년 78억, 내후년 120억원으로 잡았습니다. 지난해 총매출이 4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말도 안되는 얘기같지만 디자인업계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도 반드시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은 사장은 오는 10월 하순 개최될 아셈회의와 내후년의 월드컵을 SSOM 사업에 있어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다. 관광한국을 부르짖으면서도 한국을 대표할 문화상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제는 뭔가를 내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문화부도 아셈과 월드컵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이후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할 최대의 이벤트로 주목하고 있는 만큼 대내외적인 분위기는 최적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SSOM으로 산업디자인이 제조업의 하청산업이 아니라 산업을 리드하는 프런티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겁니다.』
그의 새로운 시도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돼 있는 국내 산업디자인계의 가치를 높이고 해외시장 진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