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버스, 무차별 특허전쟁

인텔의 메모리 표준에서 사실상 제외된 미 램버스사가 메모리업체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특허 전쟁을 벌일 태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램버스는 최근 독일의 메모리 반도체업체인 인피니온을 대상으로 자사의 고속 싱크로너스(S)D램 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연방법원에 특허소송을 냈다.

이 회사는 올초 히타치와 세가엔터프라이즈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해 사실상 히타치를 굴복시켰으며 히타치에 이어 도시바·오키일렉트릭 등과의 로열티 협상을 이끌어낸 바 있다.

카나지안 램버스 부사장은 소송제기 직후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인피니온과의 로열티 협상을 벌여왔으나 결렬돼 소송을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사전 협상 결렬은 히타치·도시바 등의 굴복에도 불구, 다른 메모리업체들이 램버스의 특허 공세에 대한 반발이 아직 거세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피소 직후 인피니온은 『램버스의 요구사항을 다시 파악중이나 협상의 여지는 많지 않다』며 법정에서 맞싸울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이번 램버스의 인피니온 소송을 메모리업체에 대한 특허 압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선언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인텔의 범용 PC용 메모리 표준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데 대한 분풀이로 램버스가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인텔은 로드맵 등을 통해 펜티엄4 등에 램버스를 채택하기로 했던 애초 방침을 수정, 다른 메모리를 채택하고, 다만 2000달러 이상의 고급 데스크톱 컴퓨터용 칩에만 램버스를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입지가 좁아진 램버스가 메모리업체들을 자사편으로 억지로 끌어들이기 위해 특허를 무기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같은 분석은 인피니온 다음으로 마이크론·현대전자·삼성전자 등으로 소송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인텔의 램버스 제외 방침은 램버스가 히타치 등에 무리한 소송을 제기해 메모리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온 데 따른 「부메랑」이라는 시각도 있어 램버스의 이번 인피니온 소송이 어떤 결과를 빚을지에 대해 국내외 메모리업체는 비상한 관심을 내비쳤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